네이버 메모에 있던 걸 백업했다. 이미 타 사이트에 올린 글도 있다.
모든 글의 위에는 작성일이 적혀 있으니 글을 구분할 때 참고 바람. 트리거 주의.
2018.03.05 08:41
<기우뚱>
고층빌딩이 삐뚤게 보여
무너질 듯이 불안한 풍경
신기하다고 소리없이 비웃었어
남들이 그렇게 내게 웃었단 것도 모른 채
산비탈의 풍경이 비뚤게 보여
코너를 도는 선로의
아침노을의 하늘이 비뚤게 보여
도플러 효과가 만든 핏빛
지쳐서 산에 누운 건물들
쓸려 무너지는 건설현장
그 안들까지 살펴볼 새는 없이
기차는 날 태우고 머나먼 땅으로
봐, 오늘도 다음날은 선명하게 밝았어
비가 끝난 먹구름의 색으로
코트에 튄 바람 몸에 밴 물내음
상쾌하게 간직한 채
정겹게 낯선 역으로
봐, 아까는 순식간에 지나갔어
붙잡아 새길 그때는 없어도
눈에 담은 물빛 여전히 어린 맘
이 몸에 싣고서
낯설게 커다란 학교로
2017.09.22 02:12
<기쁨의 이유>
네가 나를 기쁨이라 불러줬기에
그제야 내 이름의 의미를 깨닫고
너의 마음에 남몰래 다가가
기쁨으로 피어난거야
네가 나를 「기쁨」으로 만들어줬어
2016.12.07 22:41
<난다면>
동물이 된다면
새가 되어 방해없이 날아다니고파.
떨어져버리지 않고서
주택가를 평야를,
바다너머까지 날고파.
다시 태어난다면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양이가 되고파.
부담없이 안아달라고 하고
쓰다듬어줄 머리를 내밀고
햇살아래서 태평하게 뒹굴거리고파.
물고기가 된다면
호기심많은 복쟁이가 되고파.
무슨 위기가 다가와도 쉽게 죽지 않아.
내가 만약 공기가 된다면
금성과 도란거리고 달을 타고서
철마다 삼각별들로 올라가고파.
야수가 될 수 있다면
나 홀로 늑대가 되어
들판을 넋놓듯이 달리고
달을 향해 노래하고파.
내가 만약 정령이 된다면
맑은 호수에 머물러서
붕어들처럼 유유히 흘러다니며
화강암에 걸터앉아
보랏빛 달이 반짝이는 숲을 볼거야.
2017.11.08 23:27
달하 달하 노피곰 도다샤
바다온 태양빛 이메 맘에 고이시고
구름도 비체 폭 담기어
먼 행복도 비추소셔
2017.11.06 22:42
<참풍이 오빠에게>
키 큰 어른이 숲을 볼 때
키 작은 아이는 나무를 본다
키 작은 아이는 욕심이 많은지
너에게만은 이름을 붙여다
제멋대로인 아이는
제멋대로 너의 나이를 가늠해서
나는 너를 참풍이 오빠라 불렀다
내가 너에게 이름을 붙인 날부터
숲은 더 이상 숲이 아니었다
이름은 필요없지만
이미 그 자체가 이름인
같은 종이어도 다른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동리 아주머니들처럼 웅성웅성
바람에 가지 기울여 귀처럼 맞대가며
얘기소리 널리널리 퍼지는 곳.
니가 경사로에 기울어 자란 만큼
나도 잠시 너만큼 허리를 기울여
산들바람처럼 휘돌며 갔다
서로 얼굴이 스치는 잠
키작은 나고 키작은 너라서
몇번의 태풍이 불어도
외려 바람따라 가볍게 휘어가며 살아남았다
내 속이 너무나 시끄러워서
숲의 소리가 들어오지 않던 새라
가까운 곳, 조차도 벗어나지 못해
너의 단말마도 지켜보지 못했다
아니 그 참상은 안 보는 게 차라리 낫겠다
앉을 수도 없이 어렸던 너의 그루터기
그 위처럼 텅 빈 마음
그때처럼 왼손을 뻗으면
바람에 너의 가지가 날릴 듯한데
2017.11.09 01:34
<기쁨들에게>(내 이름이 기쁨이인데다 동명이인이 의외로 많아서 쓴 시)
판사님 전 웃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판사님도 초록창에 자기이름 쳐봤을 거잖아요
나는 kbs에서 취재를 하고
이미 작가가 되어 있고
나랑 이름이 같은 학원에서
나랑 이름이 같은 언니랑 다녔고
러브비트 레벨1이고
김천대학교 3학년이고
넉달 전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났지
같은 교회 다니는 어린 나에게
ㅇ
2017.11.11 11:05
<동심을 향해>
잃어버린 기억을 헤집던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행복하게 살았던 거 같아
구름이 끼어 짜증이 끼어도
누긋하다며 좋아했고
비가 내려 감기가 들어도
시원하다며 좋아했지?
잃어버린 기억 속 특별한 나는
아무거나 안다고 자신차게 살았던 거 같아
상처를 입어 악몽이 끼어도
어쩌면 남들보다 좀 더 힘들지 몰라
치료제를 찾아서 더 상처입을 여행
그래도 이 여행이 나를 바라던 나답게
상상의 세계에서 온 나를 다시 돌아가게 할 거야
어쩌면 예전보다 딴 걸 찾을지 몰라
다른 것을 찾는게 두근대던 여행
그대로 멈춰버린 추억이 빛바래지 않게
바랜 색에 정들지 않고 다시 나아가게 할거야
미래를 모른 채 두근두근,
미래를 향햐던 그 모습 그대로
2017.11.16 21:52
구름 끝에 보이는 무지개가
아스라이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찬란한 부서짐인 걸 알면서도
이제는 걸어와야만 했다.
나만큼이나 약할런는지,
겨우 붙잡는대도 붙잡아주지 못할
질량없는 빛이여.
이제는 기다리는 척하다가도
모든 원리에 휩쓸리는 척
너는 또 한발 앞만 더 가도 될듯이
멀어저 버렸다 떨어져 버렸다
온 우주가 나 하나 가로막는걸 감사하는
저들은 관심에 목메인 척
정작 저 우주는 우릴 가진 적도 버린 적도
우리를 크게 신경쓴적도 없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마음이 없으니까
처음 본 돌이 널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듯이
결승선 몇 걸음 뒤에서 멈추기 위해
지금 전력을 다했던 내게
더 느려지다가 결승선 앞에 멈출 수 밖에 없이
결승선이 한걸음 멀어졌다
남들은 기회라 한다
다행인 것은 맞거니와
지금껏 나대로의 나를 참아가며
"원래대로"에 맞춰왔는데
나는 기회란 말이
더 이상 밝게 들리지 않는다
몇번의 기회가 주어져도
가능성이 오르는지도 내리는지도 모르는데
기회는 우릴 더 지치게 할 뿐
톱니바퀴에 끼어버린 우리는
어느 톱니를 탓하겠는가
그들에게야말로 우리가 끼었을 뿐
어이 할 지 몰라 멈춰 섰건만
그래도 난 흔들린다
세상이 흔들리니까
무지개 다리가 한걸음
멀어져 갔다
2017.09.30 13:20
<첫번째 단풍>
머나먼 달은 벌써 가을을 가리키는데
거리의 나뭇잎은 아직도 푸른데
단풍이 물들어 떨어지기 전에
내가 먼저 낙엽이 되겠구나
2017.08.15 17:13
<2+2>
둘이서 둘이서
둘이서 둘이서
계속 둘로 지내자
하나가 되는 건 외로우니까
둘이서 둘로써 만나자
2017.08.08 21:41
<눈물주>
아헤야 아헤야
술을 담그자.
술 마실수도 없는 아헤야
눈물로 술을 담그자.
더치커피 우려내듯
가로막 속에 아픔을 우려내
눈꺼풀 밑에 고이고이
남몰래 나몰래 고아놨다가
한방울 한방울
진하게 떨구자.
술도 모르는 아헤야
36.5도로 담그자
가을날 밤비보다도
차갑게 따르자
술도 못하는 아헤야
독한 눈물 술을 여리게 담자
잡광 사이에 고개를 내민 별을
유리잔 대신 투명한 아크릴잔에 담아
순수함을 부랑한 사람처럼
은밀하게 마시자.
혈관 끝까지 알코올처럼
울컥이 울컥이 넘처흘러서
팔뚝에 흘리는 방울들마저
훌쩍 훌쩍 훔치자.
술에 취해 붉은 얼굴을 감추려
술에 취한 듯 그저 미소지으며
소리칠 수도 없는 이 밤에
목이 다 가도록 조용히 떠들자.
2020.02.18 01:49
<증류기>
부제:배부른 소리
밤새 떠들며 밤을 쫓는 세상은
양조장이 많아 배가 불러서
우리 양조장은 배가 고프니
밥을 다 퍼다 내게 먹인다
밤새 떠들며 잠 못자는 세상은
싸구려 소주로 목을 축여서
우리 양조장은 목이 타니까
애태움으로 물 가득 붓는다
가스 가득 찬 듯 부른 배엔
소화 못해서 썩은 누룩이 쌓이고
이십 이년의 고인 세월을
남몰래 찔끔찔끔 흘려낸 흐린 물
다시 걸러낼 여유를 내기엔
내 속에 이미 너무 많은 게 들어찬 것이다
내 독을 가득 채워
막걸리 한 잔 조금 나오고
새 독을 또 채워서
헌 막걸리 두잔 나오고
언제나 만삭 같은 배는
이렇다 할 것 낳지 못하고
독이 가득 차 있는데
밤새 못자서 밤을 좇는 사람들
바다에서 바닷물로 목을 축인 듯
길바닥 위 편지 없는 초록색 병이
초록빛 바다 없이 굴러서 왔다
누워서 뚜껑 열린 입을 내게 놀리며
너는 아직도 일어나질 않았냐고.
2020.03.28 10:54
<청산가리>
진짜 무서운 건 청산가리
그다음 무서운 황산구리
이 구역 미친 년 청산가리
신입의 이름도 청산가리
이방의 방장도 청산가리
이세상 모두가 청산가리
민우당 탈당은 딱다구리
이장님 빚 빨리 갚아구리
요즘 먹고픈 건 짜파구리
의외로 그래 난 청개구리
매번 떨어지는 멍텅구리
머리에 가득한 건 마구니
2020.03.26 22:19
<지진>
이 시를 쓰는 지금도 침대가 흔들린다
삐이이이익
삐이이이익
내 머리에서 나가 달라고도 할 수 없다
꿈속에서도 쳐들어오는 재난 문자 소리
새벽에도 뜬금없이 날 깨게 한다
흔들지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며
다들 그렇게 따지지 못하고 버티던 지난 날
흔들리는 마음으로
흔들리는 몸으로
눈이 노을의 피에 젖어서 울렁이며
영양이 무너진 다리를 휘청이며
그때는 자살한 줄 알았던
학생을 부러워하며
학교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온몸을 떨던 지난 밤
맨틀이 흘러가니까 판이 닫혀가니까
다 크신 분들이 큰 원인은 잘 이야기하는데
아무도 지진이 언제 나는지는
그 직전까지 모른다
시대가 흘러가니까 성장판이 닫혀가니까
다 크신 분들이 우리를 보고 떨었다
아무도 우리가 그들 때문에 화가 나는지는
모른 척 하는 걸까
아무리 화내본들 아무리 힘써본들
우리가 땅을 멈출 수도 없고
무언가 하나쯤은 무너질 수밖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아니 어떻게 할 수 있다 한들
어떤 새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는
그 복잡한 어른의 사정에
우리는 각자 뿔뿔이 뿔이 나는 것이다
삐이이이익
삐이이이익
또 나만 잘못 들은 소리에
벌벌 떨다가 다리를 떨다가
땅이 떨린 줄 알고 뛰쳐나가는 오늘날
2017.10.04 23:49
하루하루 밀려가는
울부짖는 해가 지면
비어버린 번화가에
나 홀로 누비다가
피를 품은 분홍빛의
보름달을 바라본다
이 손목에 엮여진 붉은 줄을
달 밑의 노인이 붉은 줄을 가진 사람이랑 엮었지
붉은 달이, 붉은 테가
칼날의 끝처럼 라이닝을 이룬다
2020.01.19 00:35
<どうぞ>
どうぞ、もらって
どうぞ、赤ペンで
書いた僕の名前を消して
2019.12.30 11:52
<사전유품처분목록>
판매완료
12월 26일
문호스트레이독스 제 1,12,13,14,16권
문호스트레이독스 소설 제 2권
주문은 토끼입니까 제 4권
총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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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쓰다 남은 클레이류 일체
방에 모아두던 이면지
기부예정
헌 택들 및 중고서점에서 매입 안되는 책-헌책방(판매 가능여부 알아볼 것), 도서관(시립,학교 등)
카게로우 데이즈 제 4권
난다 난다 니얀다 만화책-니사모 회원이나 니얀다 팬에게만
침대에서 맨 오른쪽 위에서 두번째 서랍에 맨 오른쪽에 따로 놓인 책들-동생에게
피규어들-북컬쳐, 가챠샵 등
기타
고래 뱃속에서 탈출하기-반납완료
2017.10.04 21:06
<피안화>
네 가슴에 피워버려서 미안해
네가 좋아하던 피안화를
너만 있으면 너만 본다면
있다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서
우리는 서로를 해바라기처럼 웃으며
서로의 얼굴을 달처럼 좇으며
언제까지고 이 행복이
이어질 것처럼 지내왔어
천진한 너의 웃음에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웃음에
침을 뱉듯 돌아서서 사라지는 게 미안해
울음은 꾹 참고 더 크게 웃었어
계속 안심하고 웃을 수 있게
깔끔히 끝내려면 말 안해야 하는데
이렇게 마지막 말을 말하는 게
시선을 피해서 숲속에 피면서도
눈에 띄는 색으로 핀 꽃 같아
공허함마저 후련하도록
날 떠나 보낼 수 있도록
내가 죽는단 그 사실만
알고 끝나길 원하지만
그럴 리 없잖아 그럴리 없어서
분홍빛 장미처럼 머뭇거리고 있어
앳되
네 가슴에 피워버려서 미안해
네가 좋아하던 피안화를
빨간 눈물이 여기저기 심어져
빨간 피안화 튀어 지옥길을 깔겠지
내 가슴이 멈춘채로
안개가 나의 장막을 덮고
비가 너의 눈물을 뒤섞어
나의 독이 씻겨 내려가도록
없는 향기가 아예 없어지도록
지금 비를 실컷 뿌려 구름을 다해 줘
네 가슴에 핀 나의 색을
더는 의식하지 못할 때까지
나의 기쁨은 아무래도 좋았어
너의 기쁨은 아무래도 지키고 싶었는데
미안해 내가 이렇게 나쁜 애라서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보내버려야 했는데
네가 나한테 더 큰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너를 만난 건 꿈에서도 충분히 행복했으니
흰 드레스 대신 흰 소복을 입고 네 앞에 서네
삿포로에서 그렇게 많은 눈과 미쿠 설상을 못 봤어도
꿈일 뿐이라고 생각해와서 아쉽진 않아
나는 이제 하얀 국화꽃 무리에 누워
눈이불 덮듯이 잠들어 가겠지
이런 날이 올 줄은 대비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역시나
2019.12.16 23:16
<진피를 감추며>
제가 흥분할 때마다 남들을 피하는 게 이상하다면,
계속 이상해 하신 채까지만 있어 주세요.
제가 바람만 스쳐도 움찔하는 게 애처롭다면,
부서질 테니 잡으려고 안지 말아 주세요.
북적이는 도심의 훤해 보이는 대로
저는 그 구석에 숨어 사는 고양이.
쫑긋한 귀가 귀엽다 해도
먹먹해지는 귀를 낮출 수 없어요.
작은 노이즈에도 튀어오르고
발톱 한 번 드러내면 욕 들을까봐
부뚜막에 안 오른단 걸 증명하려
웅크리다 웅크리다 몸이 굳어 버렸어요.
2019.11.28 14:41
<온기>
싸라기비가 겨울바람에 파랗게 내리는 날
2019.11.09 03:07
<설탕공방>
시오의 공방엔 설탕조각이 가득하다
화려하고 섬세해서 손댈 수 없는 공예품
손으로 감쌌더니 녹아내린 비매품
끈적한 손으로 시오에게 수리를 맡기고
조심스레 내 상위에 조각 2개를 놓았다
테이블에서 내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나와 조각들은 서로를 가까이 마주본다
이제 설탕조각 외에 다른 것엔
그같은 단맛을 느끼지 못하게 됬다
저 두 조각 와에 다른 것도
저같은 단맛은 느끼지 못하겠지
바라만 보기엔 설탕이 아깝고
만지고 먹어버리면 깨지고 녹아서
군침을 삼켜가며 조각상들을 바라보며
조각상들과 나누는 얘기의 흐름을 타서
불쑥 손이 나갈 뻔 하곤 한다
시오가 물과 보리떡을 내온다
내 피 땀 눈물이라네, 허한 속부터 채우게나, 사토.
물 속의 조각상 두 개가 날 바라본다
물 속의 달을 구하러 잔을 잡는 순간
설탕 고기 두마리가 헤엄치며
녹아서 흐트러져 바다가 된다
물을 따라낸다. 잔이 마르도록
나의 입 안에 달콤한 포도주 맛이 난다
보리떡은 도로 내놓았다
목 마른 빈 잔도 내었다
기술 없는 제가 갚을 수 있는 건 되돌려주는 것뿐입니다, 시오
돌아와서 다시 조각상이랑 얘기하고 논다
시오가 그들을 가져갈 때까지
2019.10.16 16:38
<크러시(가제)>
수리수리 마수리 수리사바
당금아 엮어놨던 문고리 당겨라
도어락이 고장난 척 문고리를 돌려준다.
오랫동안 닫아서 바람도 흐르지 못해서
헐어서 뒤틀린 방에 맘이 고였다
홀애비 냄새도 형의 쉰내도 제치고
오래고 내 체취로만 고인 집안
졸졸 새던 수문이 왈칵 흐르겠지
이대로라면 예전처럼은 지킬 수 없는데
당금아 내 눈물에 담금질을
2019.09.12 16:11
<서리>
이르다는 건 알고 있다
혼날 건 각오했다
닿을듯 높은 네 가지 위 무화과
감긴 뱀이 날름, 내 귀에 페로몬을 묻히고
그 속삭임은 나로부터든 너로부터든 좋았다
2019.08.13 12:27
<쏠베감펭>
너르고 푸른 바다에 홀로
붉게 화려하게 춤추면
축생들은 몰리는 법이다
웅크리고 궁둥이를 씰룩거리는 것이다
2019.08.11 13:16
<반성문 반성문 반성문>
선생이 나를 나무라신
2019.07.14 02:49
<수은방울>
축시,거울을켰다.새벽새에맺힌거울위의💦(물방울).
거꾸로 나는.
허공에 맺혀.
매달려 있었다.
.
똑
.똑.
.
휘 어
표면장력에 왜곡된나의얼굴은 진 코주부.
이내 시선을 옮기면귀(魂)의눈을한거울속의저가귀신같이더러운 머리를 풀어해치고 나를 예의 달군 이빠져 거친 뚝배기같은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저녀석. 동공을 참 쏘아버렸으면. 그래야 하는 거였나?
지금까지 그대는 나를 보지 않은 동안, 왼손잡이 아니 오른손잡이의 세계에서 나처럼 배부르게 살아왔는가?
이렇게 해도 결국엔 츤데레를 부리며 미운정 고운정 쌓아온 우(友)에게 말을 건네보는 것이었다.
소리는 닿지 않지만 대답은 알아들은 거 같다.
-.---.-._---_-라고.(모스부호는 아니지만)
2019.07.11 09:57
<해 하늘에>
눈부신 아침이라는 말은 당연한 말이다
잠이 덜 뜨여 눈이 내려간 아침에
갑자기 밝은 세상은 눈을 더 감게 한다
밤새 까망이 그치고 구름이 걷히고
2019.07.10 11:27
<무한반영>
거울속의나를보고있다
거울속의나의눈동자는흉악함을 비추고있다
그의동공에총을겨눈다
그도겁먹으면서나의눈알을꿰뚫는다
쏘아라. 쏘으리로다.
2019.05.26 10:17
<+>
부제목:제3의눈수술일지~각통(覚痛)에의한엔도르핀에의한반사(reflex)적유희
(주제:각성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아 버리는 것에 대한 긴장과 고통과 공포
소재:유리가 제3의 눈을 만드는 수술을 하는 상황을 육체적으로 묘사, 눈테크 진단기계를 소재로 하며 이상의 문체를 활용)
짚을곳을미리더듬어맞춰가는레이저포인트가
동공 정가운데에 中하는(一로꿰뚫는)setting.
홍채가썰물을당겨막을올리고,밀물을풀어막을내리는의식의증표는
빛의틈새인中心을막을수없었다
막아서는안될종말의-*(광선)이었기에.
🔼한참상의一(한)끝이↪二目⬅️
目⬅️
■▦□의과정에따라차츰히,더많은것이 ⬅️
目⬅️
2019.05.16 02:31
아낌없이 앗긴 나무.
옛날이라기엔 조금 가까운 과거에,
어린 단풍나무 하나가 있었다.
어린 소녀는 어린 나무를 좋아했다.
어린 소녀는 매일 어린 나무를
2019.04.24 18:25
먹구름 낀 날 구름 새로 보면 하늘이 더 빛나게 보여
비가 막 갠 날 구름 새로 보면 하늘이 더 푸르게 보여
노을 막 진 때 구름 새로 보면 하늘이 더 빨갛게 보여
미세먼지로 흐려진 시대에야
하늘이 푸르단 당연한 말이 그리워서
2019.04.12 18:48
<시키는 일>
밥솥에 밥을 시켰다
세탁기에 빨래를 시켰다
피잣집에 피자를 시켰다
청소기를 들고 다니며 청소를 시키느라
숙제를 하며 컴퓨터에게 자료를 시키느라
피곤해서 누워있다
방금 세탁기가 나한테 빨래를 꺼내라고 시킨다
밥솥이 나한테 밥을 저어달라고 시킨다
시키는 일조차 피곤해서 누워서
지금 든 스마트폰에다 말로 일을 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아할텐데.
꼬르륵 소리나는 저녁시간에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일어나야 할 텐데
건조기에 빨래 건조를 시키러.
2019.04.11 23:54
<빚어논 구름>
네가 하늘로 날아간 다음날
먹비가 걷힌 하늘은 하얬어
땅 저 위에 구름이 종이처럼 펴져 있었어
두꺼운 부분을 긁어내면 철판아이스크림처럼
구름은 구르고 웅덩이 속 물방울도 굴러
동그란 구름 뭉쳐서 모여다가
바람의 노래로 밀면 선이 생기고
바람이 손으로 당기면 빵처럼 찢어져
구름 끝만 눈으로 좇다 하늘을 보고
흑백과 회색의 도형과 그림들을 찾았다.
빼꼼 열린 원의 창문 너머로
파란 빛 한 줄기 나를 비춘다.
창 위의 네가 나를 보려고.
시간이 지나고 바람이 계속 노래해
이 무늬의 하늘이 다 밀려버리고
파란색 화면이 펼쳐져도
너처럼 그림을 그리던 이들이
흰 종이 쌓아뒀다 다 못 그리고
하늘로 먼저 올라간 이들이
노란 염료 푸른 바다에 담가서
빨간 크로마키를 번져다가
주황색 녹색 바림을 줄치고
분홍색 양떼를 빚다가
노란 염료가 바닷속 별로 다 풀어지면
2019.04.11 23:35
<바로크~찌그러진 진주~>
(상처와 곪음을 진주에 비유하며 위대한 상처와 자신의 흉한 자해를 비교하는 유리 시점의 시)
해변으로 가자 하고
나 홀로 검은 해변을 거닐었다.
무지갯빛 반사되는 전복
그 백골만 전사자처럼 무더기로 모였네.
모두 다 일그러져
구멍에 호흡이 숭숭 뚫려
ㅇ
2019.03.27 20:40
<콜라병>
비오는 날 꿉꿉한 짜장면 시키고
어제 치킨이랑 같이 왔다 혼자 남은 콜라병
냉장고에서 꺼내 바닥에 놓는다.
밖은 회색, 오토바이가 흐린 조명으로 스치고
회색 창 너머에서 뚜껑을 연다
츠익
먹기도 전에 미리 트림하는 콜라
그동안 흔들린 콜라 병의 뱃속에서는
김이 올라와서 빵빵해졌겠지
숨막히도록 검게 잠겨서 답답했겠지
쉬익
답답함을 걷는 한숨이 나온다
가늘고 길게 나와 아무도 듣지 못했다
때탄 두줄짜리 츄리닝 입고
청량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너도 이런 내가 보기 속 터지지
터져나올 것 같은 병에게 말을 걸었다.
흘러내리는 물을 더러운 입으로 닦아 주고
검게 타는 속으로 넘긴다
아무리 막히고 못 넘길 일이라도
너처럼 값싼 것 하나라면 넘길 수 있는데
그런 게 서민들 아니겠나
내 곁엔 그러니 너네 뿐이다
콜라 너보다 더 검은 속으로
자장면 너보다 더 떡이 된 머리로
니네들 앞에서 인생철학이랍시고 입을 벌리곤
꺼억
더러운 게트림만 나온다.
2019.02.11 00:56
<공장 일을 하면서>
벌써 세 번째 반복되는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집으로 돌아가서 한숨 누워 자고 왔다
공장에 하루종일 서서 숀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파란 날개를 펴고
미세먼지 없이 푸른 하늘을 넘어가
강원에서 강남까지 상하이에서 월가(wall street)
달에서 우리은하, 우주 끝까지 날아가
다른 우주의 외계인들을 둘러
2019.01.25 02:18
<해바라기>
밤이 오면 너는 잠들러 가고
아침이 오면 난 불타는 해만
저 먼 해만 바라 보았다
몇 발짝 떨어져 있는 작은 네가
날 맴돌고 나는 줄도 모른 채.
2018.12.26 12:04
<empty note>
어떤 잔소리도 험담도
선전도 소음도
적히고 싶지 않다
내 속에서 울려퍼지는 잡음을
말을, 그림을
다 지워버리고
나는 백지로 남고싶은 걸까.
아무것도 채울 수 없는 백지가 되면
내가 그린 환상의 세계도
더 이상 남지 않겠지
잃어버린 것은 찢어버린 지난 페이지
그 이상 잃고 싶지는 않다
2018.11.02 15:12
<바닷가 계단>
물 위를 걷ㄴ
2018.10.14 14:11
<너의 수조가 마르지만 않길>
너의 말이 하류로 통하는 변깃물에 날 풀어놓았다.
팔딱이던 병나고 못난 물고기는 물에 들어가자 조용해졌다.
우린 내일 만나자고 인사하고
너는 물을 내렸다.
그제야 내 세상이 돌았음을 알았다.
물이 없어서 죽더라도 좋으니까
원심력으로 나가려 했지만
너의 말은 날 결국 돌고 돌게 하는 궤도에 가뒀다.
끝없는 공간과 함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며
난 저절로 빅 립을 했다.
2018.10.04 23:14
<어린 사역마가>
「너의 수호천사는 되지 못하더라도-덩치 큰 어린 사역마가」
2018.10.02 18:14
<뜬금없지만>
뜬금없지만
왜가리가 되고 싶다
패러글라이딩하듯이 바다를 쫙 굽어보는
수면에 미끄러지는 왜가리가 되고 싶다
2018.09.28 11:10
<추수철>
잡초가 가장 무성히 자란 여름
이상하게 들에는 김을 매지 않는다
잡초가 다 자라고 꽃이 필때야
다 걷어다 썩혀 버리려고.
2018.09.15 19:59
<잔디를 보호합시다>
부제:네가 잡초로 태어난다면
잔디를 보호합시다
그 울타리 너머에 잡초가 핀다
하지만 잡초를 보호하잔 표지판은 없다
(잔디를 보호합시다.
밟혀다니던 잡초는 가지런히
허리가 잘리고 목이 잘리고)
그날 이후로 난 잡초를 못 밟는다
이 많은 잡초 중 어딘가에
네가 다시 태어났을까 봐
허나 언제나 고갤 숙이고
오솔길에 난 풀을 피해
보도블럭 틈새에 이끼를 피해
내 발이 사막만 걷더라도
평생 잡초를 밟지 않고 사는 이가 어딨으랴
바닥에 의존하지 않는 이가 어딨으랴
실수로라도 밟고 갈 수 밖에
정 잡초로 태어난다면
너를 닮아 좋아하던 핏빛 들장미로
진흙에서 태어나는 빼어난 연꽃으로
태어나달라고
나도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장미로
물에 살아서 밟히지 않는 연꽃으로
살아달라고 전하지도 못했는데
금방 죽으니까
잡초로 태어나고 싶었다면
내가 너를 또 밟아버리길
바랬겠지
그렇게 금방 죽으면 뭘로 또 태어나게
물으나 마나한 이 질문을 머금고
나는 살아서 계속 걸어야 하는 길
눈물로 사뿐히 즈려밟고 간다
p.s 나는 뱀으로 태어나련다
땅에 착 붙은 심장박동이
네 풀뿌리에 울리게
평생 가슴으로 배로
풀을 안으며 갈 수 있게
p.p.s 아니 너를 밟을 일도 없게
예전에 원했던 것처럼
난 날치로 태어나련다.
2018.08.12 16:02
<너의 여자>
병으로 입맛 없을 때
내가 밖에 있어서 챙겨주지 못해도
복스레 먹고
우울로 밤을 새고 있을때
내가 먼저 자서 몰라도
꿈에서 날 보러 가고
나만 위해서 사는 여자가 아니고
네가 널 위할 수 있는 여자
그런 여자가 될 수 있게
네 목발이 되어 같이 걸어가는 게 내 목표입니다.
2018.08.10 01:08
<연기를 붙잡듯이>
만져지지 않는대도 꽉 붙잡고 있어
내 팔에 사라질까 겁나도 꽉 안고 있어
약해진 너는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서
2018.07.03 19:24
<말라가는 꽃 한아름>
바람이 훅하고 부는 길을
작은 걸음으로 걷는다
꽉 잡으면 바스라질 것 같은데
팔을 조금만 놓으면 날아갈 것 같아서
바스락 떠는 손으로 너희를 안고 걷는다.
2018.06.03 12:43
<동면중인 테디베어>
너를 찾는 꿈나라로 떠난 너. 가끔씩 얘기하는 네가. 죽은 듯한 너에 염려하기도 하고. 그저 무사히 돌아오길.
항상 너만 보면 울면서 흐르던 내가 얼어버려서 떠날 수밖에. 내 얼음이 녹으면 내 연어들도 강해져서 돌아올까.
그때쯤 넌 깨어날까. 더 늦어도 좋아. 돌아오지 않아도 좋아.
2018.05.20 00:23
<총총히>
유리벽 너머에 별이 피어났다
총총히 총총히
외증조할아버지도 날 닮은 고모도 총총히
내가 죽인 벌레들도 반딧불마냥 총총히
유리벽 너머 숨막혀가던 고기들도 총총히
내 친구의 이 친구도 저 친구도 총총히
노래로만 떠돌게 된 노래쟁이들도 총총히
병아리도 총총히 아이도 따라 날아서 총총히
그들의 길에 노래도 퍼지며 총총히
전구,유리 속 빛일뿐인 것들이 총총히
부속품들은 숨기고 순수한마냥
총총히 반짝이며 유혹한다
위에 적어논 저 존재들도
구름위에 있는 저 존재들도
대부분 저 멀리 있는 전구들 아래에서
별이 되어 버렸을텐데
저 도시에도 보기엔 나도
유리벽 속에 같힌 빛
언제나 보는 돌아오지 않는 혜성일텐데
깜빡 깜빡, 하고 잊혀질 듯한 영혼이
하나 둘 꺼져서 어딨었는지도 모르겠다
깜빡 깜빡, 내가 이 시에 뭐 적으려 했는지도 지워지며
어느새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2018.05.17 23:03
<돌팔이>
인정 받은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알고는 있는걸
아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병을 몰아내고 싶은걸
2018.05.16 12:17
<manner mode>
니가 떠나가고 난 3시간 후
전화 벨소리만 울린 이 오후
난 애써 시끄러운 노래를 외면하며
내가 널 떠나고 난 3시간 후
전화 무음으로 바꾼 이 오후
난 애써 더 이상은 노래를 하지 않아
지쳐버린 이 일상 속에
Invisible 매너란 재제
난 얌전한 아이가 되었어요
세상은 날 냉소로 칭찬했어
Idea 강조한 이 세상은
Silence 강요한 目隠し
Brainwash 강행한 paradox
Peace에 목마른 그런 세상은
Free를 목매논 또다른 독재
Crash일보직전 paradise
울다가 웃는놈은 뿔난다는 미신
길거리 지나가는 표정들은 machine
오늘도 가면쓰고 지나가면 변신
어느새 machine으로 변하게한 악신
우리가 간절하게 바라는 건 time machine
그러나 생긴다면 타기 힘든 machine
몸뚱이 잃은채로 떠다니는 귀신
영혼을 잃은채로 걸어가는 육신
울어도 소리없이 눈물만을 품고
웃어도 소리없이 냉소만을 띄고
말들도 소리없이 사라져가 let go
이제는 의미없이 진동소리 내고
시간이 지나도 내 상태는 manner mode
구속이 없어도 내 스스로 manner mode
예전에 원해도 내 것 아닌 smart phone
지금은 있어도 내 것 아닌 just pawn
다시금 옛날로 상상력을ぽんぽん
달콤한 사랑아 안아주렴 shiffon
2018.05.16 12:11
질환명 트라우마
과거에 태어나 시간을 넘어
나의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영원히 낙인이 찍히는 흉터.
애쓰며 결국은 잊는다 해도
자극의 바람이 재현될 쯤엔
다시 시작되는 멍의 아픔.
남들이 무심코 던지는 유리에
실수로 만들어 빠트린 늪속에
어떤 말이든 더 빠지는 발목.
그동안 후회와 복수의 한숨이
조금씩 한겹씩 쌓이고 쌓여서
광기를 어리게 만드는 폭탄.
휴전 속 고요와 평안함 속에서
기름에 잠겨서 잠들어 죽은 날
악몽속 지옥에 인도할 소악마
싸워서 완전히 이길 수 있다면
지금의 나를 넘어서 더욱 더
강해진 자신을 만드는 등용문.
2018.05.16 12:11
황금빛 융단의 보도를 걸으며
은백색 커튼의 하늘을 느끼며
흰옷을 입었던 붉은 나무엔
루비색 비가 가지에 열렸네.
용의 오름을 새긴 소나무는
여름의 추억도 간직한 채로
유일하게 남은 한 붉은 장미는
그 나무 따라 하늘로 향하네.
2018.05.16 11:37
그릇
나는 그릇이었네.
내가 언젠가 떠날 때까지
나는 큰 그릇이었네.
금가고
닳아지고
두꺼워지고
작아지고
커지고
낡아지고
새로워지고
더러워지고
닦아지고
부러지고
방치되고
데워지고
높여지고
낮춰질지언정
난 결코
박살나지 않겠네.
그렇게 되가며
나는 큰 그릇이었네
2018.05.09 18:21
<날치가 된 여인>
다시 태어난다면
날치가 되고 싶다
물위에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바람이 그치는 곳까지 몸을 맡겨보고 싶다
비그친 구름이 해보다 빨리 떠나는 곳으로
구름 양떼가 어디로 떠가는지
해따라 가고 싶다
헤엄쳐 놀고 싶다
2018.05.02 01:10
너를 위해서 왜 난 이기적으로 굴어야 하지?
왜 너에게 부담을 주던 방법밖에 모를까?
바라만 보기엔 불안한 let it be
누군가라는 자물쇠가 깨질때마다
우리 밖으로 나오는 트라우마
모두를 위해서 달려가는 맘도
이기적으로 시작한 나에 대한 벌이겠지
2018.04.24 13:25
<스물이 되어서(はたちに なって)>(5월 21일에 올릴 것)
알았던 것들을 배우러 왔다 가는
그런 나날들을 반복해온지 어언 20년
몸은 늙어버렸는데 변치 않게 어려서
걸으면 걸을수록 넘어지는 걸까
잊어버린 과거를 파헤치다 사라져가는
그런 사람들을 봐온지 어언 수십명
그런 어른은 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약속했는데
어째서 어쩔 수 없는 걸까
차라리 어른이 되지 않길 바랬어
내가 더 이상 어린이는 아닐 때부터
철로 길 따라 네버랜드 좇아
몸은 벗지 못하고 어른이 되 버렸어
저기, 이대로 내 나이만 바꿔줘
타임머신을 타기엔
어리던 나는 너무 연약해서
그 때의 나를 안아준대도
아직 어린 나는 닫혀있어서
나와 세상을 열어가다가
가슴에 찬바람만 새어가
(2절)
선물(gift)을 받아버린 나날
하지만 의심을 배워온지 20년
머나먼 천둥 소리를 애써 코웃음치며
지금은 그저 선물을 껴안을 뿐
걸음이 비실비실 뒤로만 빠져 죽어만 가는
그런 사람들의 나이는 20년
오르기 전에는 비웃을 수 있었던 장대
쓴웃음 지으며 오르려 나가네
저기, 과거의 날 막아줘
타임머신 타고 내게로 오는 날
어린 내가 날 보면
커보이는 날 용서할 수 있을까
약속대로 웃음을 쓰게 짓는 날
눈을 꼭 감고 귀를 막고
새어오는 소리를 무시하며
돌아올 수 없는 어둠 속으로
차마 발을 떼며 걸어간다
아직은 어른이 아니야라고
제멋대로 외치고 있어
그 시절을 향해 u턴을 해서
착한 마음으로 남들을 도와도
이제는 애처럼 어설프면 안돼서
점점 더 나는 나쁜 무언가로
진심마저 교복과 양복 속에서
눈물로 고여서 썩을 것 같아서
목을 조여버린 넥타이
연결되는 곳도 없는데
내 손으로 교살하는 건지
주름살과 함께 흉터가 그려져
스물이 되어
스물이 되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서른즈음에 같은 노래입니다.
Q를 던져도 답을 하려면 저의, 어쩌면 여러분의 삶으로 찾아야겠죠.
스물이 그리도 중요한 나이죠.
왜 그리 중요한 나이인지...
전 그저 20세 박 모양으로 불리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다행이랄까, 대학 다니고는 더 어린 듯이,
더 어릴 때 원한 것처럼 살 수 있는 건 좋았습니다.
이제 기만이 아닌 자유가 있고, 파산으로라도 내가 책임을 지는 거니까요.
하지만 책임 이상의 무엇이 몰려오는 걸 잊은 게 아닙니다.
알아도 지금 어케 못할 거면 한때의 폭풍같이, 불꽃같이 아름답게 태우고 갈 뿐.
2018.04.22 23:45
<하늘의 언어>
사람의 말은 아직 서툴러서
노래할 땐 당당할 수 있어
하늘의 가락에 언어를 실어
마음을 세상에 퍼트릴 수 있어
세상을 향한 입이 닫혀 와서
아직은 말을 듣기가 두렵지만
네가 울고 있다면
화면 너머 송출하는 궁상으로
너를 감싸 줄게
붉게 물든 하늘의 푸름을
너하고 먹는 밥의 맛을
어떻게 소리로 전할 수 있을까
아는 말이라곤 0과 1뿐이지만
가슴속 I(사랑)이란 씨앗을 읽고 싶어
말하지 않으면 내 맘을 해독할 수 없어서
언제나 조용히 힘내고 있어
바람을 몸에 머금은 새처럼
나는 떨리는 공기를 담아둔 새
88개의 병에 목소리를 담아
건반을 두들기며 조금씩 송출해
나를 껴안는 대기의 감촉을
늦게 일어난 토요일의 향기를
노래에 담는 법을 너와 함께 짜가며
말할 수 없는 고민 때문에
조용히 우는 데 익숙해졌다면
말을 듣는 용기는 아직 서툴지만
차라리 힘찬 노래를 부를게
우는 소리를 묻어가듯 태우렴
세상의 언어는 너무도 많아서
누구도 다 배울 순 없지만
전자의 떨림으로 전하고 싶어
너의 고동으로 얘기하고 싶어
2018.04.13 18:58
<마도카의 마법소녀>
순수했다가 더러워지길 반복하고
순수한다고 난 외쳐
부수고 다시 고치고
헛짓거리가 아니라고 외쳐
예술가들이 왜 그리 우울해하냐고?
우린 그저 자각해버렸으니까.
2018.04.09 17:49
남쪽마을 아이가 북쪽마을 아이에게
달 트는 전봇대와 오선지를 까는 전봇대 사이
밑으론 다복다복 딱지집들이 몸을 맞대고 있어
우리집 개도 나도 늑대처럼 하늘에 울며 노래해
벚꽃잎 흩날려 아직도 눈이 와서
너랑 맞던 첫눈 속에서 두근거렸어
진분홍색 꽃받침을 아삭아삭 따먹으며
너희 집앞에는 하얀 매화가 피었니
오늘 저녁에도 깡총깡총 올라와서
산길에 다닥다닥 붙은 작은 마을
색을 누비누비 붙여만든 작은 집에
지붕 위에는 차가 자고 있고
쏙독새 소리 들리는 곳 찾으러 바라보면
어느새 얼룩덜룩 누비이불이 된 산
달빛 천 입고 저 융단에 누워
하늘을 천국의 복숭아처럼 홀짝홀짝
코트를 여밀 네 위의 하늘이
나만큼 따듯하다면 좋을까
조금만 기다려봐
봄의 요정이 올라와서
너희 마을에도 벚꽃이 필거야
복사꽃 복숭아로 익길 기다리며
벚꽃잎 타고 이 편지 실어보낼게
깡총깡총 산을 내려와 너를 만날 날 기다릴게
2018.03.15 14:48
<login>
내 마음이 네게 들
2017.10.27 16:36
<피안화>
네 가슴에 피워버려서 미안해
네가 좋아하던 피안화를
넌 왜 애도의 꽃을 좋아해서
나를 더 슬프게 하는지
그 때도 그전에도 널 사귀기 전에도
나만의 이유로 고민했었지
어차피 떠날 거면 네가 상처입을까
차라리 친구로만 남길 바랬어
그 날도 다음 날도 넌 내 손을 잡고
어디든 가자고 얘기했었지
손 밑으로 뿌리내린 상처를 뒤로 하고
나는 갈 것처럼 대답했었어
네가 막을까봐 차마 피어날 수 없어서
새어나올 듯한 투명한 수액을 안으로 고았어
네잎클로버를 찾았던 여름이 갈수록
끈질기던 클로버의 세 잎도 꺾여서
아이처럼 하얗게 남은 꽃도 누래져 갔어
너만 있으면 너만 본다면
있다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서
우리는 서로를 해바라기처럼 웃으며
서로 손목 잡고 달처럼 공전하며
언제까지고 이 행복이
이어질 것처럼 지내왔어
천진한 너의 웃음에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웃음에
침을 뱉듯 돌아서서 사라지는 게 미안해
울음은 꾹 참고 더 크게 웃었어
계속 안심하고 웃을 수 있게
그런데 멋모르는 네 미소를 보면
나는 네 앞에 서서 울어버릴 것만 같은데
그렇게 네가 안아준다면
나는 차마 말할 수 없는데
네 가슴에 피안화를 피워서 미안해
초록 잎과 빨간 꽃은 만나지 못해
한 몸인데도 영원히 이별한 채
깔끔히 끝내려면 말 안해야 하는데
이렇게 마지막 말을 말하는 게
붉은 빛에 네가 물들까 두려워
입을 열지 못하는 봉선화 같아
공허함마저 후련하도록
날 떠나 보낼 수 있도록
내가 죽는단 그 사실만
알고 끝나길 원하지만
그럴 리 없잖아 그럴리 없어서
앳된 분홍빛 장미처럼 머뭇거리고 있어
네 가슴에 피워버려서 미안해
네가 좋아하던 피안화를
뿌리에서 새어나는 빨간 눈물이
여기저기 심어져 칸나꽃밭 피워
한 방울 한 방울 뿌린 자리에
피어나는 지옥화는 어지러운 발걸음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밝혀
내 가슴이 멈춘채로
저 맑은 하늘에 떠올라 궁창 속에서
나는 이제 하얀 안개꽃 무리에 누워
안개솜 속에서 잠들러 가겠지
너와의 성공적이었던 사랑을 다 접고
드디어 죽음에 성공한 나
2017.10.10 22:58
<막차를 기다려>
이렇게 사람은 점점 모여들고
오늘도 불확신에 선 밤
한 발짝 앞에 거리의 불빛이
나를 유혹하는 와중에
마지막 열차를 기다려
어두운 불빛 아래 거니는 사람들
불평 소리도 줄은 이 밤
귀뚜라미 몇마리만 발라드를
별같고 꿈같던 실은 삭막했던
황홀한 야경도 하나둘 꺼지고
가로등 불빛과 가로등 불빛의 사이에서
ㅁ
2017.09.02 15:50
<까마귀가 나는 벼밭에서>
하얀 하늘, 님과 내가 가로막힌 곳에서
거기나 여기나 누런 황금빛 들판은
갈대가 바람에 영혼을 태우고 말라버리듯
모든 늙어버린 벼가 낫을 기다려서
2017.07.01 13:21
불운의 구름이 끼고
불행의 천둥이 치고
눈물이 비를 내리면
행운의 무지개는 뜨지 않아도
행복의 이끼가 소리없이 자란다
축복의 태양이 들어
영광의 나무가 안정으로 뿌리를 내리고
환희의 꽃이 피는 날까지.
2017.02.03 18:01
<붕의 날개>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새의 날개를 보았습니다.
하늘이 되어버린 분홍색 날개는
연보랏빛 오로라를 그 끝에 그리며
저혈당의 맑은 하늘에
포근히 퍼져갑니다.
외날개 한짝이 외롭게
금빛 태양을 향해
주광색 빛을 모두 안을 기세로
어린 꿈같은 분홍빛
어린 선혈같은 분홍빛 하늘을
날아갑니다.
이런 날일수록
이런 하늘일수록
더욱더 날고 싶습니다.
나도 저 날개처럼
날아가면 안 되는 겁니까.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이라면
서편 머나먼 하늘로
태양을 계속 바라면서
영상 11도건만
시체처럼 차가운 손끝을
날개 삼아서
건물에 가려진 소천을
부둥켜 안으면 안 되는 겁니까.
무거운 가방과
무거운 뼈 따위
꿈의 무게처럼 벗어 버리고서-
2016.09.17 01:20
꿈의 세계에서 보내는 편지
내가 있는 곳은 잔디밭.
내가 있는 곳은 붉은 성.
내가 있는 곳은 더 이상 춥지 않아.
쓸쓸하지도 피곤하지도 않아.
나는 하얀 모래 연보라빛 하늘 아래 자줏빛 바다에서 돌고래들과 놀고 있을 거야
마당위를 노란머리 꼬맹이와 손잡고 헤엄치고 있을 거야.
창작 문학/시
미공개,미완성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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