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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시

재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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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당신을 새겨줘

그래도 부족하니까 당신이 들어와 줘

내 안에 당신을 싹틔워 줘

 

그래도 당신과 하나가 될 수 없다면

마지막 입맞춤으로 당신을 들이키게 해 줘

네가 내쉰 숨결을 내가 들이게

내가 뱉은 숨결을 당신이 마시게 해 줘

 

그래도 배가 고프다면

내 뱃속에 당신을 들이게 해 줘

 

일신도 지킬 수 없는 당신이라면

당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테니까

내가 당신의 몫까지 살아갈 테니까

그 몸을 맡겨줘

 

태고만큼 빠른 박동에서

뿜어 나오는 따스함을

나의 단심과 섞이게 해 줘

 

아침 식사가 끝나면

입가에 샌 온기를 닦고

 

당신의 고향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까

나의 갈비뼈로 당신을 지킬 테니까

나의 온기로 품어줄 테니까

양분조차도 너에게 나누어 주고

당신의 숨도 대신 쉬어줄 테니까

 

어서 와, 나의 태내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하츠네 미쿠의 <재출산>들으며 썼지만 그 노래 가사를 몰라서 비슷할진 모르겠다

물론 마지막 줄은 <아우터 사이언스>에 나온 거지만

 

요새 자궁회귀본능을 넘어서 잡아먹히고 싶다는 생각이 한번씩 들 때가 있어

이것도 이상성욕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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