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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시

「발에 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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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정리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우리 집 고양이가 발에 채인다.

고가품을 팔고
낡은 옷을 버리고
집을 나서려는데
우리 집 고양이가 발에 채인다.

쓰지 않은 가방 나누어주고
마르고 닳도록 써온 건 버리고
5살 때부터 지켜온 장난감도 버리고
집을 나서려는데
우리 집 고양이가 발에 채인다.

집 대청소를 하고
냉장고를 비우고
쓰레기를 비우고
컴퓨터의 메모리를 정리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우리 집 고양이가 발에 채인다.

고양이 밥그릇에 사료를 잔뜩 채우고
물그릇에 새 물을 잔뜩 채우고
장난감을 천장에 매달고
상자에 담요를 깔고
문을 활짝 열어두고
집을 나서려는데
우리 집 고양이가 발에 치인다.

나도 고양이 담 넘듯 고양이를 넘어가는데
고양이가 도로 내 발 앞에 와서 몸을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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