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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겨울이라며
나의 봄을 기다린 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모란이 핀 적 있음을
빈 들에서 알아차릴 게요
장미는 살짝 덜 피어야 아름답지만
펑퍼짐한 몸뻬처럼 피어난 모란
얇은 팔로 몸짓하며 활짝 피어봤자
향기도 없어 나비도 꼬이지 않는 모란
하나의 몸짓이 아우성쳐도
그대에겐 소리 없는 게으름
요란한 꽃밭을 팔랑이는 그대 눈에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치지 못한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나면 그 뿐,
꽃 같은 열매도 계획 없던 듯이
꽃잎도 없던 듯이 쓸어내고
다음 모란도 같을까
깍지에 열매만 쥐어 볼게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또 주저할 게요
나도 몰래 또 피기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