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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소설,스토리,동화 등

SCP-1136-KO"기계가 된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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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잡지식만 많은 백수가 참치 밀봉하는 기계(또는 가시가 있는지 확인하는 기계)로 개조됬는데 돌아갈 수도 없지만 돌아갈 생각도 없앤 이야기. 묶어놓고 돌아가며 부분마취만 하는 식으로 개조됨.
SCP세계관에선 흔한 설정일 거 같아서 드랍.)
 
나는 이 글의 제목이 "로봇이 된 게으름뱅이"였다면 좋겠다.
로봇, 대체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른 반응을 하는 기계라 정의된다. 나는 "기계" 이외엔 다른 정의에 부합하지 않기에 그저, 기계이다.
로봇이 아닌 기계는 규칙적이다. 따라서 나는 변칙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격리되어 있다. 이곳은 모두가 각자 격리되어 있다. 하지만 이 곳의 모두는 변칙적이지 않다.
지 좋을 때만 가, 족같은 회사면 모를까, 공장은 그런 법이다.
 
단물이 빠진 신나는 노동요가 계속해서 픽미픽미픽미업 흘러나왔다. 찰리 채플린들이 가사에 맞춰서 참치 잔가시를 뽑고 있다. 바로 나는 참치에 가시가 없는지 검사한다.
꼼꼼히 다 뽑아라. 귀찮으니까. 아니 한 번쯤 왕가시라도 나와라. 심심하니까. 한 번쯤 참치 가시를 그대로 누군가의 혀에 박아넣어서 뉴스에 나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지만 내 눈은 어김없이 가시 돋힌 참치캔을 허락하지 않는다.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캔을 x레이로 스캔한다. 캔이 변칙 없는 상태가 될 때 보내면 된다.
다음으로 나오는 노동요는 신나지만 사실 단조이다. 단조로운 통과품, 단조로운 흑백의 찰리 채플린들.
 
찰리 채플린들이 서로 교대한다. 지금은 밤 아니면 아침이 밝았나 보다. 그게 뭔 대수랴.
나도 단조롭지 않냐고? 그게 뭔 대수랴. 힘들어할 육체도 없으니 모든 일이 별 일 아닌 것을.
 
육체가 있던 시절이야, 한 시간만 서 있어도 파근했다. 때때로 서서 알바하던 시간은 길지만 기간은 짧았다. 결국은 진흙탕 같은 집구석에 돌아가서 뒹굴뒹굴 꿀꿀거리곤 했다.
진흙탕은 시원하고 아늑했다. 쓰레기가 뒤죽박죽 썩어가는 최고의 돼지우리였다. 혼자 사는 만큼 사람 사는 단칸방으로 되돌릴 필요도 없다.
 
내가 가끔 일하는 것은 무슨 원대하거나 소박한 꿈을 위해서도 아니요, 이 스위트홈에서 계속 배달이나 시켜 먹고 굴러다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정규직이나 아닌 일이나 좋아할 점도 없다마는 어차피 능력도 모자라니, 돈이 모자랄 즘하면 이런저런 알바를 구하곤 했다.
 
그 때도 알바자리 찾으러 몇 군데 연락해놓고, 요즘 같은 시대에 TV도 필요없으니 웃긴 유튜브나 보고 정보의 바다에서 서핑하면서 구르고 있었다.
문득 희한한 글을 봤다. 이름은 기억 안나도 하여간 중2병스러운 이름의 단체가 신체적 고통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던가. 기술을 시연받고 싶은 사람을 모집하고 있었다. 이상한 소린데 제 딴엔 너무 진지해서 흥미가 들었다. 대체 그 실체가 얼마나 허접할까 궁금했다. 마침 다음에 알바한다면 몸이 뻐근할테니 좋지 않겠나 하고 재미 삼아 가 봤다.
 
기술 시연은 어느 빌딩 6층에서 이뤄졌다. 이상한 점을 느낀 때는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던 중이었다. 이 빌딩, 밖에서 봤을 땐 5층짜리였는데, 무슨 옥상에서 하나?
좀 수상했다만, 기술이라는 게 단순 약장수의 장난이 아니라 더 큰 범죄를 위한 미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나야 밀매할 만큼 상태가 좋은 장기도 없을 테고, 딱 봐도 노예로 쓸 만한 체력도 없고, 유곽엔들 팔릴 만한 외모도 아니고, 인육이라면 음...내가 맛있긴 할까?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하는데, 이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를 맞고 있었다.
 
"당신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광고 보고 오셨지요?"
6층은 의외로 옥상이 아니었다. 아까 생각한 것보다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건물 구조상 6층인데 5층처럼 보이는 건물도 있잖겠는가.
"네, 뭐하는 덴가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