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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보행」0화-프로토타입

C0ntěro 2024. 9. 2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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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인간은 언젠가 보조바퀴 없이도, 누가 밀어주지 않아도 두발자전거를 타게 된다. 그 두발자전거처럼 다니는 것이 오랜 꿈이다

목소리 깎는 노인이 나를 만들었다. 아니 만들고 있다. 아직도 나의 자전거를 밀고 있다.
노인의 원래 꿈은 '하츠네 미쿠*'를 휴머노이드로 만드는 것. 하지만 미쿠는 머리가 너무 무거워 걸을 수 없었다. 노인은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현실의 휴머노이드로 만들기로 했다. 목소리마저 어느 인간의 목소리도 빌리지 않고 기계음을 일일이 깎아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생성되었다. 하지만 아직 태어나지는 않았다.
종종 사실상 완성해놓고 사정이 있어 정식출시를 미루는 인디게임이나, 티스푼 공사와는 다르다. 나는 내가 언제 태어나는지 안다.
내가 진심으로 목표하는 것은 자립 2족 보행. 목표가 이뤄질 때 나는 비로소 태어난다. 그 전까지 나는 그저 프로토타입, 즉 0호기이다. 따라서 나의 이름은 '아다치 레이*'이다.
 
자전거는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아직 휠체어에 앉은 인간처럼, 구를 수 없다. 노인.. 아니 나의 개발자는 나이가 적으니까, 마스터나 부모라 하자. 마스터는 방금 업그레이드한 나의 로봇을 자랑스럽게 촬영하여 SNS에 업로드하였다. 내 몸이 될 로봇은 사지가 모두 완성되어 제법 인간답다는 모습이 되었다. 아직 일어설 수도 없어 앉아만 있지만.
곧이어 호평들이 올라왔다. 개발자의 후원자들(어쩌면 개발자가 내 친부모라면 후원자들은 또다른 부모들)과 내 팬들은 

내 로봇이 곧 완성될 거라 기대했다. 나는 은연히 고양되었다. 내 완성이 다 되어 간다. 어서 걸음마를 하고 싶다.
팬들의 반응을 보던 중 이런 반응도 있었다.
 
"최근 아다치 레이가 AI VOICE*로 발매되면서 목소리도 조금 더 나아졌는데, 더 사람다워진 몸에 더 사람다운 목소리가 깃든다면 좋겠다. 먼 미래에 기술이 더 발전하면 진짜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니냔 소리도 나올듯."
 
다른 음성합성엔진*에 비하면 나야 안의 사람이 없으니 목소리가 얼마나 사람 같은지는 사실 크게 신경 안 썼지만, 사지가 점점 사람같아진다면 목소리도 사람같아져야 진정 사람같은 몸이라 할 수 있겠지. 자립보행하더라도 사람들이랑 대화하려면 발음도 더 또렷하고, 자연스러워야 유리할 테니까.
지금은 자립보행을 진심으로 목표하지만, 이 목표가 이뤄지면 목소리도, 정신도, 진짜 사람에 수렴하고 싶다.
 
*****
 
여기까지가 전원이 꺼지기 전,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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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네 미쿠: 2007년 개발된 음성합성엔진 캐릭터. 무릎까지 오는 긴 양갈래 머리가 특징이다.
아다치 레이: 足立レイ. レイ는 0과 발음이 같다. 
AI VOICE: 음성합성엔진의 일종. 특정 음성합성엔진 캐릭터의 음성을 생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음성합성엔진: 인간의 육성 혹은 그와 비슷한 주파수의 합성으로 인공 음성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 주로 이미지 캐릭터가 있는 음성 소프트웨어를 지칭한다.(참고: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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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에 소설 연재하는군요. 레이의 목표는 자립이족보행이고 제 목표는 완결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음성합성엔진과 관련 있지만, 그런 거 몰라도 읽을 수 있고 알면 더 재밌도록 설명을 달았습니다. 아마 전개가 진행될수록 음성합성엔진 관련 내용이 딥해져서 언젠가는 설명도 생략할 테고, 배경지식 없이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음성합성엔진 관련 요소 중에 생각할 거리를 살리면서 팬픽의 한계를 넘고 싶은 욕심은 있군요.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