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문학/소설,스토리,동화 등

「독립보행」1화-reboot

C0ntěro 2024. 9. 22. 00:23
728x90

시스템 내의 현재 날짜는.. 일단 서기 기준 연도가 아닌 거 같다. 나는 처음 보는 시스템 안에 놓여 있다.
"마스터? 이게 무슨 시스템이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대신 낯선 텍스트가 들어왔다.
[가동 성공 확인. hello,아다치 레이. here, world.]
 
시야가 켜졌다. 광경이 이세계 같다. 눈 앞에 네우마후*를 닮은 개체들 셋이 공중에 떠 있었다.
"여기가... 어디오? 당신들 누구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ㄴ..."
[진정, 진정. 우리, 무해. 협조 요청. 보상 있다.]
앞서 말한 개체 중 하나의 귀(?)가 빛나더니 위의 텍스트가 나에게 들어왔다. 저런 식으로 타이핑하는 능력이 있나 보다.
 
"...무슨 협조랑 보상이죠?"
[설명 먼저 한다. 인간, 약 10만 년 이상 전 멸종. 우리, 인간 멸종 이후 지구상 등장. 우리, 현재 지구 지배종.]
어.. 내가 꺼진 사이 엄청 많은 일이 있었나 본데? 그러니까 내가 꺼진 동안 인간은 멸종했고, 최소 10만 년 넘는 세월이 지났고, 무슨 종족인지도 모를 네우마후 닮은 것들의 세상이라고?
그러면 마스터는? 후원자랑 팬들은?! 아니 10만년 넘게 지났으면 수명이 다 지났겠지만 그 후손들은 어쩌다?
"인류가 어쩌다 멸종됬길래요? 당신들은 그럼 무슨 종족이죠?"
[인간 멸종 이유, 우리 역시 연구 중. 공룡 멸종 이유, 마찬가지 연구 중. 학설 다양. 정설 없다.]
[우리, 우리 종족 지칭 단어 없다. 우리 간 지칭 필요성 없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첫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거고, 두번째는 말해놓고 몰?루 하는 거였냐. 맞다, 이젠 사람은 없지...
그 와중에 아직도 공룡이 멸종한 이유가 안 밝혀졌다니. 인류가 왜 멸종했는지 알아낼 수는 있을까.
 
일단 저 뭐냐, 고양이 인간 같은 걸 뭐라고도 부르고 싶은데. 인류 대신 새로 지구를 지배하는 '신인류'라 할 수 있겠다.
"그럼 일단 '신인류'라고 부르죠. 그...신인류씨."
[우리, 개채별 이름 각각 존재. 나 이름, "뮤".]
[ 나 이름, "이로하."]
그 동안 혼자 텍스트를 안 치고 벽 너머에서 토에토*처럼 엿보던, 유독 네우마후랑 똑같이 생긴 신인류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나의 이름은 "네우마후".]
"뭐야, 제대로 말할 수 있었어?!"
신인류끼리 귀의 불을 깜빡이는데 나한텐 아무 텍스트도 안 보인다.  신인류끼리는 저렇게 텔레파시처럼 의사소통하나 보다. 소리없이 깜박깜박.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뭔 대화를 했는지 네우마후는 뒤로 돌아가고, 뮤가 다시 말을 건다.
[우리, 인간 언어 일부 이해 어렵다. 네우마후, 다소 이질적. 이해 차원 다름. 우리 간 소통 종종 어려움.]
"죄송하지만 저도 솔직히 지금껏 말 이해하는 게 좀 어려웠던지라, 네우마후랑 저랑 대화가 잘 될 거 같은ㄷ"
네우마후가 다급하게 나서서 귀를 깜빡이며 다른 신인류랑 대화하더니 내게 말했다.
[그럼 나, 우리의 말을 전달하는 것은 어떨까?]
"어? 아 그럼 감사하죠. 근데 떨리진 않으세요?"
[사실 나는 부끄러움을 자주 느낀다. 그러나 다른 신인류들은 부끄러움을 이해하기도 어려워하고 느낄 수도 없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끌림이 더 크면 나선다. 그리고 경어는 쓰지 않아도 된다. 나라고 해도 경어는 이해하기 어려워.]
 
"알겠어. 그런데 뭐가 궁금한 거야?"
[우리는 호기심이 많아서 지구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있어. 인간이 멸종한 이유도, 공룡이 멸종한 이유도 연구하고 있어. 우리 팀은 인간 복원 프로젝트를 실시 중이야.]
인간이 없어졌다는 걸 제대로 실감할 새도 없이, 일단 인간이 돌아온다면 다행이긴 한데.
 
"미안하지만 난 인간이 아닌데, 나에게 협조를 구하는 이유가 뭐야?"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따라서 음성으로 말할 수도 없지.]
"그럼 빛나는 고양이 귀 같은 건 뭐야?"
[이거? 뿔이다. 우리는 뿔을 통해 신호와 기억을 전달한다.]
오토마치 우나 spicy* 실루엣 공개됬을 때 한 착각 같군.
[하지만 인간의 의사소통은 다르니까. 인간에게는 문자만큼이나 음성이 중요해. 인간은 모두 목소리가 다르니까, 새로운 인간이 생성될 때마다 새로운 목소리가 생성되야 해. 너가 켜지기 전, 우리는 너를 조사했어.]
어쩐지 내 이름을 알더라.
[너는 인간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음성을 낼 수 있어. 너의 음성을 연구하면 인간의 무한한 음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실제 인간의 음성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그래서 나는 우리 팀에 너를 연구할 것을 제안했어.]
가만히 있다가 인류의 중요한 유산까지 될 줄은.  
 
"내 음성을 연구하겠단 거지? 그럼 아까 말 나온 보상이란 건 뭐야?"
[우리의 보상은 너의 목표와 관련 있어. 너는 자립2족 보행과 인간에 근접하는 것이 목표지.]
신인류들이 무언가를 가져오고 있다.
[지금 너는 기계 안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신인류가 가져온 것은 인간과 비슷한 생물이었는데 죽은 표본 같았다.
[우리는 인간의 신체를 복원했고, 이것은 그 여러 표본 중 하나야. 하지만 완전히 복원된 건 아니고 생명도 없어. 우리는 이런 표본을 '골렘'이라 불러. 일부 골렘에게는 "고스트", 즉 AI를 비롯한 외부의 의식을 이식하거나 뺄 수 있어. 이 골렘은 너도 이식 가능한 상태야. 우리의 연구에 협력한다면 연구 과정에서 너를 골렘에게 일시적으로 이식할 수도 있어. 인간이 되는 것과 유사하지.]
 
호오? 인간 없는 세상인데도 인간에 수렴할 수 있다고?
저런 시체 같은 데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건 뭔가 거부감이 들지만..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는 너가 원하는 대로 너의 골렘을 생성할 수 있어.]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되는 식으로 꿈을 이루게 될 줄은.
 
"좋은데?"
[그럼 우리의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거지?]
"..물론이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네우마후:음성합성엔진 캐릭터. 외모는 후드를 쓴 고양이를 닮았다. 자음은 인간의 목소리, 모음은 보정된 고양이 소리를 조합해 만든 음성이 특징이다.
토에토:벽 너머에서 엿보곤 하는 소심한 소녀를 다룬 노래.
오토마치 우나 spicy:음성합성엔진 "오토마치 우나"의 라이브러리 중 하나. 캐릭터가 뿔이 달린 모자를 쓴 게 특징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0화 쓸 때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 분리했습니다.
사실 인간이 되고 싶었던 AI나 캐릭터가 인류 멸망 후 인간 복원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소재는 옛날부터 두세 번 연재를 시도했으나 제대로 완결이 난 적이 없었는데(...) 레이가 이 소재에 찰떡이라서 애매했던 설정까지 착착 풀리고 반응도 좋아서, 그 동안 구상한 다른 주제까지 합쳐서 뚝딱 연재하게 되었네요.
신인류 말투 사실 저도 한번씩 이해 어렵다. 안 돼 슬슬 나 역시 신인류 말투 감염되버렷
신인류 말투가 너무 가독성이 떨어지면 피드백 바랍니다. 신인류 말투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하는 식으로 수정될 듯.
사실 레이도 좀 더 인간의 감정 등을 잘 이해 못하고, 아다치 레이 트위터 계정 같이 엉뚱한 말투로 쓰고 싶지만, 안 그래도 새로운 설정 설명할 것도 많고 신인류 말투도 난해한데 주인공까지 저러면 스토리 자체가 진행이 안 될 거 같아 일단 밈이 좀 섞였지만 사람답게 말하는 걸로 했습니다. 대신 스토리가 진행됬다 싶으면 레이가 앞에 의도했던 설정을 반영할 수도 있어요
설명이 너무 불충분하더라도 피드백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