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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

<만들어낸 세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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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호이-!"

좌우를 둘러봐도, 위는 물론 아래까지 둘러봐도 푸르른 하늘.

IA가 요정처럼 창공을 가로지르고 있다. 나도 로켓을 타고 나란히 날아간다.

 

"히나타, 이번엔 달로 가 볼래?"
"좋아!"

가뿐히 솟구친다. 금세 크고 하얀, 매끈한 달에 다다른다.

 

"히나타, 왔다!"

뿔이 여럿 달린 산호색 토끼들이 몇몇 뛰어왔다. 나머지는 달에서 반죽을 뜯어내 절구에 찧어 치즈볼을 만들고 있었다.

"다른 인간들은?"

여전히 저 토끼들은 우리를 인간이라고 부른다.

"글쎄, 오늘 같이 보자고 했는데 아직 아무도 안 왔네."
"지금 메시지를 보내 볼래?"

 

IA가 공중에서 메시지 창을 열었다.
"나 지금 세카이에 있어. 달나라에 깃발 꽂은 데서 보자, 치즈볼 잔뜩 준비해 놓을게!"

메시지 창이 음성인식한 메시지를 텍스트로 띄웠다.

"이대로 전송할래?"
"좋아, 전송해줘!"

메시지 창이 빛이 되더니 어딘가로 날아가며 사라진다. 이제 리얼라이제이션 멤버들에게 문자가 가겠지.

 

리얼라이제이션의 깃발이 꽃힌 곳을 향해 폴짝 폴짝 뛰어갔다. 여기는 중력이 6분의 1이라 발만 딛어도 내 키만큼 가뿐가뿐 뛰게 된다.
순식간에 도착한 깃발 밑. 불사의 약을 만들고 있는 플라워가 있다. 아니 안 만들고 있네.

"플라워?"

"..."

 

어제부터 플라워가 유독 까칠하다.

"플라워! 같이 달 조각으로 치즈볼 만들자!"

IA가 앞에서 알짱거리고 달토끼들이 달라붙어도 플라워는 불상처럼 무시한다.

마후유처럼 공허한 눈으로 그들을 훑어볼 뿐이다.

문득 나랑 눈이 마주친다.

"플라워, 무슨 일이야?"

 

플라워는 노려보았다. 나를 원망하고 나를 슬퍼했다.

신에게 묻는 것마냥 주저하던 입을 여나 싶더니, 아무 말 없이 국화꽃으로 된 날개를 펼쳤다.

"플라워- 어제부터 왜 그ㄹ"

IA의 말에 또 말없이 플라워는 사라지는 마술을 펼치며 날아가 버렸다.

 

"하여간 까칠하다니까. 얘들아! 이 꽃잎 어디다 쓸까?"

IA와 토끼는 플라워가 남긴 꽃잎으로 치즈볼을 장식하고 있었다.

 

잠시 vr헤드셋을 내려놓았다. 스마트폰 속에서 IA는 여전히 달에서 놀고 있다.

플라워도 눈치챈 걸까. 미안해, 플라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