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또 다른 인격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신입 검찰서기보인 남자 A는 인터넷에서 수선화라는 닉네임의 여자를 만난다. 수선화는 사람들 앞에 나서길 꺼리지만 말도 특이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은근 마니아층이 있었다. A는 자기 이상형에 맞는 조건이 거의 없는데도 수선화랑 오랫동안 같이 지낸 느낌을 받으면서 이성적으로 끌린다. A가 수선화에게 다가가고, 수선화도 A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A의 도움으로 사회에도 발돋움한다. 결국 둘은 서로 사귀게 된다. A는 수선화에게 대면을 제안하지만 번번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 한달쯤 뒤 수선화가 이젠 일정 문제가 해결됬다고 하자, 둘은 대면하려고 하지만 운명의 숨바꼭질인지 번번이 대면에 실패한다. 서로 만날 수 없어 안타까워하던 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수선화와 대면을 시도한 A는 수선화와 서로 연락하며 수선화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계속 뺑뺑이를 도는 자신을 발견한다. 수선화는 길이 복잡해서 대면이 어려운 거 같다며 다른 장소에서 보기로 하고 자신이 가고 있는 장소를 계속 알려준다. A는 수선화가 알려준 대로 따라다니다 분명 가본 적 없는 곳에 자기가 지나간 흔적을 발견한다. A는 수선화가 사실 자신의 또다른 인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병원에서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확진받는다.
A에게 우리가 같은 인물 다른 인격이었단 걸 전해들은 수선화는 A와 마찬가지로 충격에 빠진다. 둘은 처음엔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사이임에 아쉬워하지만, 한몸이나 마찬가지를 넘어서 한몸이라니 오히려 좋다고 여긴다. 그러자 둘은 1인 다역 연극을 하듯 하는 방식으로 서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둘은 일상생활에 지장도 없고 서로 좋아하니까 두 인격 모두 지닌 채 살기를 바라고 정신병원에서 딱히 치료를 받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검찰에서 A의 지인의 실종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A가 지인을 찾느라 심란해져서인지, 수선화는 인터넷에서도 자취를 감추고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수선화가 잠적한 지 며칠 째, 수선화는 A에게 어렵게 dm을 보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대화하자고 한다. 수선화는 사실 자신이 A의 지인을 죽였다고 털어놓는다. A의 지인에게 빙의하여 남들과 같은 형태로 A와 연애하며 살고 싶어서 주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A는 수선화의 얘기를 들으면서 무의식에 숨은 기억을 떠올려 가며 모든 걸 추론해낸다.
자신은 어릴 적부터 사이비 밀교 신자였다. 교주는 종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신자들에게 이중생활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은 두개의 인격이 생기게 되었다. 교주는 자신의 완벽한 이중생활을 위해 한 인격은 밀교와 상관없이 사는 사람으로, 다른 인격은 밀교에 신실한 사람이 되게끔 유도했다.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교주가 잠적해 신자들이 더 이상 모이지 않게 된 후에도, 두 인격은 점점 다르게 형성되면서 A와 수선화가 된 것이다. A가 수선화에게 대면을 제안했지만 한달 정도 일정이 안 맞던 것도 수선화가 A가 자신의 도플갱어 같다는 느낌이 들어 심란해져서 수련을 하던 것. 문제의 주술도 그 수련 중에 배웠다고.
A는 수선화의 범행을 숨겨주려 해도 이미 자신이 지인을 찾으면서 얻은 단서를 검찰에 다 보고한 상태. 검찰 수사망도 점차 좁혀져서 수선화의 범행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자신이 해리성 정체감 장애임을 밝혀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게 A에게나 수선화에게나 그나마 가장 유리한 변호 방법. 대신 이렇게 해서 치료감호 처분을 받는다면 치료감호 중 수선화가 사라질 위험이 높았다. 수선화가 계속 존재하면서 A가 수선화를 개심시키려 하더라도 또 언제 A 몰래 사이비 종교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까 불안한 상황. 수선화를 놓치기 싫은 A, 수선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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