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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작사 및 개사

시유-4분 33초 동안,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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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4.12 21:00)

입을 열어도 들리지 않고
손짓을 해도 넌 보지 않아
내가 마련한 작은 무대에
너하고 내가 정적을 지키네

인사를 하고 넌 박수 치고
투명한 연주가 시작돼
인어공주가 왕자에게 바치는
처음 또는 마지막 노래

당황한 너의 귓등 뒤로
웅성이는 베이스가 깔리고
각자의 귀에만 들리는
관객수 만큼의 노래가
멈춘 공기를 꽉 채우네

창밖에 바람이 피리불고
새들은 아카펠라 부르고
공사장의 두들기는 소리도
하나의 반주로 어우러지고

노래할 수 없는 나 혼자 지휘를 하고
객석에서 오케스트라를 맞추자

악보를 보고 손을 올리고
쉼표의 행렬 속에 쉬다 가줄래
가끔은 항상 나지만 듣지 못하는
너의 숨소리에 귀기울여줄래

나는 아무말 없이
너에게 노래를 전해
너에게 전해진 노래는
또 어떤 의미의 노래일까

알람 소리가 울리네
정적은 깨지고 드디어 끝났네
차마 하지 못했던 노래는
말을 넘어선 것으로 채운 여백의 미는
네가 아는 곳까지

이제 나는 무대에서 내려오겠지만
진정한 무대는 너희들이 앉은 곳에 있었으니까

이제 새로운 노래를 시작할게
그 시작은 너의 박수 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