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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작사 및 개사

<어린 베르테르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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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2.18 21:11

 
알잖아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죽을 만큼 아파서 왔다는 걸
언젠가 떠날 수밖에 없단 걸 알아도
웃음만으로 보낼 순 없겠지
 
찢어지도록 물리고 물려온 총을
총이 불법인 시대에도 만들어 와서
말리려는 네 마음 찢어 놓고 내 마음 찢어 놓고
뇌관에 반짝이는 방아쇠를 당겨
 
미안해 미안해
너한테 말하지 못한채로
고마웠다고 고맙다고
너한테 말하자 못한채로
 
눈물의 강을 밟고 너에게 날아간 사랑에
까마귀 구름도 비를 내린날
너무 멀어서 너무 멀어서
8광년이 너무 멀어서
아무도 구하러 날아가지 못했던 나
도와달란 소리를 못 들어서 귀가 먹먹한데
 
다들 열심히 버티고 있으니 살아가라고 하지만
음지에선 다들 보이지 않게 무너져 내려가는데
비싼 건물이 금세 헐리듯이
박수소리 들리는데 떠나가야 할까
 
음지에서 아무리 본심을 중얼거려도
그 누구가 막기도 전에
곡소리 한 번 낼 수 없던 나
내가 지은 또다른 이름도
내가 쌓은 미래도 밝힐 수 없었어
 
마지막 말에서야 차가운 글씨로
모든 것을 모든 맘을 밝힐 수 있겠지
클리셰가 되가는 복선들을 터트려
그 반응을 내가 보지 못하길 바래
 
분했어 분했어
비밀스럽지 않게 된 내 비밀이 분해서
내가 몰래 정해 왔던 나의 끝에 다 와 가는데
그들도 비슷한 끝을 정했던 걸까
 
베르테르 효과로 여겨지지 않길 바랬어
남들을 따라하려 따라간 건 아닌걸
없어보이는 이유를 그리 맞출 게 아닌걸
세상이 무심결에 뻗어내온 트리걸(trigger)
 
그들이 없었더라도 안아야 할 고민이라
차가운 사실이 시커먼 미래에 던진 파문은
그치지 않은채로 내 맘에 출렁여서
오랫동안 독은 박힌 채 살아왔어
말없는 싸움 끝에 내가 독이 될 때까지
 
불안하지 않았던 척, 불안한 맘을
추스리고 달래서 멈춰가는데
뭔가가 한번 나를 쳐서
시계추처럼 흔들리는거야
 
마지막 말을 지어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질리도록 달려온 라스트 스퍼트
이번에야말로 외치고 싶어
 
꽃들만큼 커서야 찔러오는 가시덤불
이젠 남에게 줄 열매는 맺기 싫은데
다시 밝지 않을 밤의 손길이 뻗치기 전에
나는 다시 별로 돌아갈 거야
 
돌아와요 이렇게 우는 나를 위한다면 잠시라도
돌아올 수 있다 한들 나라도 안 돌아오겠지만
상관없는 세상에 산다면 
그쪽으로 가는 저를 무슨 말로 맞으실까
잡아도 잡히지 않는 별을 향해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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