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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

머리가 두부처럼 하얘지는 콩밥 7화-'교도소' 요리왕 이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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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연락 한 번을 못하냐."
"흐흠. 송구하옵니다.."
"이 분이 이밥차구나? 생각한 거랑 많이 달라 보이기도 하고.."
앞치마를 두른 두 명과 함께 두부찌개가 끓는 상에 앉아 있다.

"알바인 줄 알았는데 가족인가...
아, 많이 다르죠 어머님?"
"누나...인데요..."
"아 인사해. 외모는 어머니 같지만 어머니처럼 인자하진 않고 맨날 백수생활하다 나 덕에 일자리 얻어서 같이 하는 누나야."
누나는 이밥차 가면 나 좀보자 하는 눈빛을 보냈다.

"동생이 깜빵 갔다온 덕을 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휴. 암튼 덕분입니다."
"가기 전에 내가 처음 만들 땐 쳐다보도 않ㄷ"
다시 한번 더 뜨거운 눈빛.

백두부의 누나는 대꾸 없이 찌개를 펐다. 다들 따라서 한 국자씩 퍼낸다.
레시피가 더 바뀐 모양이었다.
더 맛있어 보여서, 역시 백두부 잘됬구나 하면서도 주눅이 드네.

"이밥차 너도 맨날 수백 명 밥 짓느라 바쁜데, 어차피 똑같이 바쁘면 그냥 지금 식당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원래 네 꿈이 요리사였잖아. 이제 네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데선 요리 솜씨를 늘리기도 어려울 텐데."
"여기도 바쁘다는 걸 모르는 듯 말하는구나, 일 좀 해라 동생아?"
"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백두부 너도 그렇게 말한다면 해볼까..."
휴우-
입김을 불고 한 숟가락 떴다.

"오옷?!"
대충 요리왕 비룡같은 이펙트.
번개가 내 뇌리를 스치며,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백두부가 내 요리에 처음 감탄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 거다. 이건 정말 환상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또 깨달은 문제는...

"이밥차, 어때?
...어...그 표정은 뭐냐..."
"어헣헣헣헣!!"
"왜 웃으면서 우시는 거죠;;?"

"요리가 정말 최고에요. 두 분 정말 훌륭하십니다.
하지만 전 식당 하기엔 너무 모자라단 걸 깨달아 버려서..."
"에이-너 잘 하는데, 해봐야 알지! 어려우면 내가 도와줄게, 너 덕에 식당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네가 안 되겠어?"
"맞아요. 안 그래도 백두부가 이밥차 씨 요리 잘한다고 자주 말씀하시던데.
이러니까 대체 요리 실력이 어떤지 더 궁금해지긴 하는데.
이참에 진짜 해볼 만한지 한 번 요리 부탁해봐도 될까요?"

영업이 끝나고, 백두부네 식당 부엌에서 정말로 요리를 해 봤다.
백두부가 먹는 만큼, 그리고 식당에서 팔 걸 생각하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둘이서 나란히 앉아 맛보고 있으니 요리 프로 같은 데서 심사 받는 느낌이네.

백두부가 맛있게 먹고 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슬쩍 찍으려는 순간
"왜 간수가 날 감시하는 데자뷰가 뜬금없이 여기서..."
놀라서 핸드폰을 급히 감추다 그만 상 위에 떨구고 말았다. 백두부가 그걸 보고 ㅎㅎ인지 ㅋㅋ인지 웃는다.
"너 옛날 만화에 맨날 주인공 찍고 다니는 히로인 같다."
"크흠... 미안해."
"아냐 괜찮아. 대신에 이런 거 찍는 건 좀 쪽팔리잖냐.

대신 내일 쉬는데 트리축제 가서 사진 실컷 찍자."
상상도 못한 데이트ㄴㅇㄱ!!
하며 방방 뛰려는데 백두부 누나가 시선에 들어와선 그대로 멈춰 버렸다.
옆에 누가 보고 있어서라기보단, 누나 표정이 애매해서.

"어, 어때요..?"
"이번엔 행사 크게 한다던..아,요리 말이구나?
그때보다도 많이 나아졌네! 여건이 좋아지면 실력이 이대로 계속 늘겠는데."
"정말이야+_+? 그럼 시작해도 되겠어?"
"식당 말이지...?"

이거 백두부 표정도 누나처럼 애매해졌는데..
"맛있긴 한데, 뭐랄까 이런 표현이면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고로 맛있는 급식이에요.
식당이 아닌 가정집이나 급식소 같은 데서 이런 요리를 하면 정말 맛있는데, 식당을 하기엔 요새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게다가 식당이 요리만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 우리도 자릿세 빼면 다른 걸 하는 게 낫지 않냔 얘기도 자주 나왔지만 다른 건 더 어려워서...
사실 저기 집도 우리보다 맛없는데 유동인구가 많아서 장사가 더 잘 되고."

맞는 말이다. 나도 내 걸 먹어보니 더욱 더 확실해졌다.
아직은 이대로 있자.

지난화까지 파다닥 올리다가 이제야 올리는 이유는,
이번엔 좀 다른데 있습니다.

평소엔 급식실 없는 학교처럼 교도소 안에 조리실 따로 있고 거기서 조리사가 요리하면 간수가 들고 가서 각 방에 넣어준다고 생각했는데,

교도소 급식은 공무원이 조리하고 간수가 각 방에 넣어주는 방식이라는 글을 봐서
감옥 밥 조리는 교도소 외부에서 하나?

만약에 그러면 치명적인 고증 오류인데, 이걸 뒤늦게라도 수습하기엔 아직 중요한 전개가 있어서 못 고치겠더라고요.
그래서 고증 오류 때문에 연재 중단하려는데, 자료를 찾아봐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조리실이 안에 있는 게 더 맞는 거 같아서 일단 계속 연재합니다.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합니다.
물론 이 소설은 웃기고 가볍게 쓰는지라 보시다시피 전혀 현실다운 분위기는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