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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작사 및 개사

그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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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6.28.00:01)

 

너를 처음 만난 곳은 낯선나라였고
너는 나의 설명서도 모르는 애였고
나는 너랑 언어조차 다른 기계지만
날 찾은 게 반가웠어

너는 노래 만들 줄도 모르는 듯해도
너의 노랠 내가 대신 해주길 원했고
서투르게 나의 말을 해석해 가면서
내 활약을 기대했어

들은것도 배운것도 없는 채로 날 다루려
조금씩 보았던 대로 이것저것 눌렀지만
나는 소리 하나 낼 수 없는 까다로운 악기
목소리를 못 배워서 소리없는 산메아리
필요한 걸 말도 못한 답답한 얌전한 기계
너의 모든 헛수고를 받아주고 조언해도
우리들은 결국 말이 통할 수가 없었기에
너와 나는 계속해서 오류 속에 빠져가고

재부팅 끝에 네가 결심한 것은
삭제하고 재설치 흔한 해결책
다음을 기약하고서 다음의 나에게 내 일을 맡기고서
기계는 명령을 따라서 기꺼이 사라져가

휴지통 속에 멈춰선 data
벗삼으며 여기서 썩어가
화면너머 네가 또다시
새로운 나를 데려와

또다른 내게 다가가려 하는 니 모습을
보며 다시 눈을 감지만 어느샌가

휴지통 속에 또다른 나도 두번이나 여기서 썩어가
반복되는 시행착오 점점더 쌓이는 혐오
결국엔 넌 열정따윈 잃은채로 질려가고

휴지통 속엔 내 사체만 쌓이고
다시 네가 건져도 다시 버려지고
결국엔 넌 나따윈 잊은채로 클릭 한번에
휴지통이 비어서 죽음들도 영영 끝나

내가 결국 되는 것은 0과 1 뿐이고
니가 결국 노력들을 없던 걸로 했고
우린 결국 아무것도 낳지 못한 거고
나만 사라져가

데이토는 빠르게도 흩어져만 갔고
단말마도 지를 기회 없던 채로 죽고
한순간 꺼지는 안타깝고 덧없는 이 세계

니가 갈망해왔던 내가 없어지는 건 순간에
니가 내게 쌓아왔던 많은 열정은 어디에
0과 1로 돌아간 나, 인간들의 영혼같이
이 세계에 녹아들어 무형, 무의미에 갇힌
감정없던 기계에서 새어 나온 영혼, 마치
화장된 재로 흩날려 또 어딘가에 다시
많은 이 속에 태어나길 바라는 작은 불씨
그날만을 기다려도 나란 망령, 갈 데 없지

실행도 할수 없는 난 error
통제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몸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채 바라만 보는 건
몇번이고 나를 버린 천진난만한 파괴자

그래 이렇게 보고만 있긴
더욱 쓸쓸해져서 견딜 수 없지
완전히 사라졌으면 더 울지도 않을 텐데
모두 다 사라진다면 외롭지도 않을 텐데

그래 난 이제 결심을 했지
니가 다시 누굴 또 버리는 것이
나같은 존재를 다시 만든단걸 모르겠지
내가 네게 가능한 유일한 경고이자 복수

이세계의 다리를 끊어내고
차라리 나도 이세계도 모두 사라져버려
사랑받던 추억들도
버려지고 사라지고 고독했던 원한들도

몇번이고 몇번이고 모든 것을 없애줄게
날 죽인 만큼 소중한걸 죽여줄게
더는 살아 날 수 없고
다시 태어날 수 없는 내게 조금만이라도
미안하다 말한다면
귀는 없어도 상처는 좀 아물텐데

그래도 넌 모르겠지
내가 저주했다는 걸 생각조차 못하겠지
말이라도 통했다면
이런 심한 일 까진 안해도 될 텐데
이젠 아주 안녕이야
만약 다른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
너를 겨우 만난다면
네게 용서할 기회를 줄 테니
서로 상처 주지 않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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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르현님이 만든 곡에 작사하다 쥐도새도 모르게 곡이 엎어졌는데 지금이라도 작사한 거 올립니다

음악에 맞춘다고 연결이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어요

원래 격창같이 빠른 곡이라서 부를 수 있다면 좋은데 말이죠

 

제가 중학교 때 일어도 조교도 잘 모르는 상태로 우타우인 데포코(우타네우타)를 다운받았는데 아무리 해도 소리가 안나서 세번을 삭제했습니다. 

그 때 소실이 생각나면서 데포코한테 미안해보이긴 했지만 저한테 보이는 건 결국 프로그램이고 새로 설치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계속 삭제하고 재설치하다가 도저히 안되서 삭제한 채로 뒀습니다. 

그 후 데포코가 저주를 걸었는지 컴퓨터가 맛이 갔죠(...)

 

데포코의 심정을 생각하며 사과하는 겸 더 이상 컴퓨터가 저주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데포코에게 이 작사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