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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손이엔 쓰레기가 꽉 찬 호박이 열리고
팔손이꽃이 진 계절이라 파리들은 도심의 열매를 찾는다
카페 옆 벚나무엔 투명한 종이 열리고
단풍나무엔 비닐 유령이 걸려서
바람을 잡아 바스락 바스락
돌 평지 위엔 흑당 버블티가 자라난다
파인애플이 어디서 나는지 모른다는데
땅에서 나는 건 아는지 나란히 놓였다
흑당 버블티 옆에 파인애플 사탕 봉지
타들어가는 속에 굴뚝이 되는 멸치들이
블럭 위에 썩지 못해서 보리처럼 밟아주다
부딪힐 뻔한 나무는 검은 덩굴이 늘어선 회색 나무
초록색 잎에 붙은 외로운 편지가
요란하게 헐벗고 사람을 꾀고 있었다
발신인도 없고 폐지수레도 겨울잠 자러 가고 없어서
홀로 마음 없는 사랑을 전하는 일벌이 되어
쓰레기통까지 날아간다
쓰레기통 안은 한우리
투명한 플라스틱꽃 비닐꽃 바스러진 종이꽃
벽 틈새까지 만개했다
편지 하나 통에 던지고
오토바이 바람에 일수 나뭇잎이 흩날린다
나도 바람 따라 이 숲을 계속 걸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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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12.26 15:19
팔손이나무 밑에 놓인 쓰레기봉지를 순간 호박으로 봐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