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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시

백로탄 까마귀 모인 곳에 백로가 피한대도 겉 희고 속 검은 건 매한가지이거늘 차라리 검은 가죽 벗겨낼까 하노라 더보기
화폐의 노래 돌고 돈다고 돈이라 하지만 제 속엔 당신만 담고 있어요 당신을 기념하기 위해 동네방네 당신을 자랑하고 있어요 당신은 나만 담을 수 있도록 나만의 사인을 당신 속에 숨기고 당신이 쉬이 상하지 않도록 당신이 살아온 모습대로 특별한 나로 강하게 태어나 때타고 찢기고 접히며 당신이 울고 웃도록 함께 굴곡지며 삶을 펴가길 누군가는 내 숫자만 보고 누군가는 당신을 내게 그려진 사람만으로 알겠지만 나에게 새겨질 만큼 고르고 고른 당신을 나만큼 세상도 기억해주길 더보기
구제불능 나사 직원이 운석으로부터 지구를 구할 순 있어도, 장티푸스 환자를 구할 순 없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환자를 구할 순 있어도, 전쟁을 막을 순 없다. 평화유지군이 전쟁을 막을 수 있어도, 가난을 끝낼 순 없다. 경제부장관이 가난을 끝낼 순 있어도,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순 없다. 상담사가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순 있어도 . . . 더보기
불씨 내가 고개를 숙임은 씨앗을 익히기 위함이다 바람보다 먼저 누움은 겨울을 지내기 위한 것이다 겨울도 잊을 듯 익숙한 빙하기 영원히 누워서 살 수도 있겠다 어디까지나 내가 누움은 겨울이 지나면 피기 위함이다 겨울이 지나치게 지나지 않는다면 온몸으로 겨울을 불살라야 한다 더보기
해안선(수정 중 단계 판) 작성일 2018.04.01 11:47 옥빛 파도가 찰랑여 찰삭, 돌을 쓰다듬으면 머랭 거품에 섞이는 돌 몽돌 몽돌 뭉쳐 굳어지고 분주한 파도가 누우려 철석, 철 섞인 돌을 치면 청옥의 편경 소리 몽글 몽글 진주 목걸이 흩어지는 소리. 버려지고 잃어버려 성났던 사금파리들 세월같이 감싸는 같은 파도 아래 유리알이 되고 돌이 되어 모든 돌들이 보배로 맺혀 거봉 알처럼 늙어서 온 돌들. 수정 포도향 하늘 아래 바닷속으로 내리는 햇살 흰 베일이 되어 돌머리를 덮고 흰 물거품이 잠자리 날개로 돌몸을 덮고 돌이 사람과 같이 흙이 되도록 한 겁을 부르는 자장가 소리.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소리는 어쩌면 이렇게 잔잔한 소리 모든 것이 죽어가는 소리는 서로의 끝에서 돌과 물이 만나 서로를 덮으며 부서져 가는 삶을 씻어 없.. 더보기
날 머리에서 내보내 줘 (부제:my confession) 작성일 2019.01.09 23:42 --------------------------------- 햇살은 들과 가시를 가리지 않고 비춰. 너는 그렇게 모두를 도우려 했어. 먹구름 틈새를 뚫고 나온 기적같은 햇살, 나도 감히 그 햇살을 쬐고 싶었지만 햇살이 제아무리 강해도,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비구름이 걷히지 않는다면 독만 되겠지. 네가 내 구름을 걷으려고 해를 쪼이고 바람을 불수록 달곰씁쓸한 마음을 숨기려 미소로 나를 여미고 있었어. 안타까운 비바람을 맞으며. 아무도 알지 못하게 아무도 붙잡지 못하게 미소로 나를 여미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내 발목을 붙잡아서 살아달라고 위로해줘서 널 사랑하게 됬나 봐. 하지만 사랑 하나로 힘든 세상을 다 이겨낼 순 없어 예전처럼 다시 살아나기엔 죽음의 여로.. 더보기
철로 옆 꽃 작성일 2019.05.14 18:26 --------------------------------- 철로 옆 철조망 밑에 핀 작은 꽃 열차는 제대로 날 볼 순 있을까 날벌레 쉬려고 오기를 바래도 열차는 꽃마저 흩날려 버렸다 더보기
벗을 달 삼아 작성일 2019.12.12 19:33 -------------------------------- 너는 너무나 멀리 있어서 언제든 나를 따라다닌다 각색의 불빛을 걷어내고 나면 너는 언제나 날 비춰왔다 너는 너무나 멀리 있어서 아무리 달려가도 가까워지지 않는다 나에게 가장 가까이 있어서 아무리 달아나도 멀어지지 않는다 너무 밝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불을 켜던 아무것도 보이지 읺게 모든 불을 끄던 뒤돌아 누워서 눈을 감던 너는 끊임없이 은은히 빛날 뿐. 파이는 날에도 차이는 날에도 나의 두 원은 기울었다 차서 둥금이 떨어지지 않는 널 바라본다. 감지 않는 눈에 시린 빛이 불어와 씀뻑 씀뻑 손으로 눈가를 부비며 깜빡 깜빡 너에게 신호를 보낸다. 매일 만나도 만날 수 없는 너 언제 또 나무 다리에 걸린 네게 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