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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

머리가 두부처럼 하얘지는 콩밥-4화-백두부찌개 "이밥차 진짜 요새 들어 휴가도 몰아쓰고 맨날 탈주하더니만 이젠 지각까지 하냐..." 항상 몽롱한 간수는 입에 배고프다는 말을 달면서 뒤로는 몰래 자기가 사온 간식을 야금야금 먹었다. 못 본척 해 주고 교도소 문 밖을 향해 폼 잡고 걸어가는 백두부. "그나저나 이밥차는 그렇게도 너 좋아하는 음식 물어보면서, 마지막 밥은 안 주냐." "안 주는 게 가장 저한테 최고의 마지막 만찬이라 생각했나 보죠. 밥 주기 전에 빨리 나가야.." "백두부찌개에에에-!!!!!! 나왔습니다아아아앍!!!!!" 나비처럼 날아와 오이카와의 스파이크처럼 백두부ㅉ순두부찌개를 건넸다. 한 발 남은 교도소 문과 백두부의 하얀 신발 사이를 순두부찌개가 가로막아섰다. "대기만성이라고 진짜 별짓 다 한 걸 내오느라 늦었구만." 간수가 나를 노.. 더보기
머리가 두부처럼 하얘지는 콩밥 3화-마지막 만찬을 부탁해 출소하면 앞으로 콩밥조차 안 쳐다볼 거야! 마지막만큼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서 백두부에게 끊임없이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았다. 말하면 먹여버릴까 봐 충신처럼 입을 닫는 백두부. 억지로 열자 끝끝내 나온 진짜 답은 "백합조개에 청양초랑 전복 소라 키조개 관자 숙주넣고 복복 끓여 백설처럼 하얗고 뽀얀 멸치랑 닭 육수에 탱탱 소리나는 애호박에 탱글하고 담백한 순두부 곱게 짜넣어 나가사키 짬뽕처럼 깔끔하고 감칠맛 나는 순두부찌개..." 이름이 두부라고 두부 좋아하는 건 어느 작가가 짰냐. 그나저나 이런 데서 그런 고오급 재료를 어떻게 전국 팔도를 돌며 공수해왔다. 문제는 그러느라 출소일까지 하루밖에 남지 않았어! 마지막 혼신을 다해서, 그동안 실험한 1365가지의 비법을 담아냈다. 애절한 눈빛으로 냄비.. 더보기
머리가 두부처럼 하얘지는 콩밥-2화:백두부를 위하여 이밥차의 정성이 들어갈수록 다이나믹해지는 죄수들을 보고, 교도소에서 밥이 더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냐 하고 반쯤 체념해 왔던 이밥차. 다른 사람들까진 몰라도 백두부에게만큼은 맛있는 밥을 먹이고 싶었던 이밥차. 나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아줘.. 나름대로 노력해왔지만 이번엔 정말로...! 이밥차는 이번엔 진짜로 요리 실력을 각성하기로 하고, 실험정신 뛰어난 모 햄버거 가게 마냥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고 개발해 봤다. 덩달아 본격적으로 모르모트가 된 죄수들은 매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은 쪽으로 폭발적인 반응도 생겨났다. 물론, 입맛 까다로운 백두부는 단식에 들어갔다더라. 시름시름 야위어가는 백두부를 보고 실험을 포기한 이밥차. 무난한 요리라도 만들고 죽이라도 먹여주려 애를 썼지만.. 더보기
머리가 두부처럼 하얘지는 콩밥-1화:요리마왕 이밥차 요리사가 꿈인 청년 이밥차는 군대에서 취사병이 되었다. 하지만 이밥차는 요리를 너무 못했다. 대대장이 이밥차에게 교도소에서 요리하면 죄수들이 금방 교화되겠다고 놀릴 정도였다. 이밥차가 제대하고 보니 대대장의 말대로 교도소 말고 자신이 요리를 할 수 있는 데가 없었다. 결국 이밥차는 빈민촌에 들어선 교도소에 찾아갔다. 대대장 말대로 자기가 요리하면 죄수들이 금방 교화될 거라고 교도소에서 자신을 어필하자 그대로 취직했다. 그리고 정말로, 이밥차의 요리를 먹은 죄수들이 정신이 번쩍 들어서 그 교도소엔 모범수가 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교도소에 핵인싸로 불리는 죄수 백두부가 들어왔다. 이밥차는 백두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맛있는 걸 먹이기 위해 각을 잡고 요리해 봤다. 처음으로 백두부가 이밥차의 밥을 .. 더보기
천문학자 눈이 멀 듯한 앞을 바라보기 싫어 눈부신 태양을 눈 버려가며 보았다 작은 벽에 부딪히는 내가 싫어 아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었다 발밑의 돌부리에 엎어지면 그대로 퍼질러 자서 남에게 웃음을 주었다 눈앞이 흐려 별이 보이지 않으면 발밑을 보며 땅에 그림을 그려 해 뒤에 숨을 샛별 볼 날을 알아냈다 세상을 흔들 마법이라도 나는 상상하며 내 내일은 짐작조차 하지 않은 채 별 헤다 밤 새면 엎어져 자서 블랙홀을 타고 꿈나라로 간다 태양이 미진보다 작고 아까와 좀 있다가 퍼지는 이상한 꿈나라지만 아기자기한 꽃과 쥐들 뛰노는 현실보단 꿈을 허우적댄다 몸은 뒹굴고 있는 주제에 남들은 웃지도 않겠지 더보기
애완오리 당신의 총애를 받으신 몸 저는 아무것도 안 한 놈 다른 오리들이 당신을 욕해도 당신은 내게 좋은 것만 주었죠 몇일이라고 짚을 수 없는 날에 꽥꽥거리는 소음은 어느새 잦았고 문득 그 오리들 하나둘씩 사라진 걸 눈치채도 당신은 내게 삶이란 축복을 주었죠 몇일이라고 짚어도 의미 없는 날에 날개 끝은 다쳤지만 당신은 날 구했고 다른 오리들이 훨훨 날아가는데 파닥이기조차 허전해서 멈췄을 뿐 당신은 나도 할 수 있다고 했죠 만나와 사랑과 좋은 것만 주었죠 그만큼 못 부응해 미안한 적도 있죠 이젠 하늘을 바라보지도 않죠 고개는 동동 구르던 발 밑만 향하죠 하늘이 비친 물속에서 나는 나 바다나리 따라간 아기별 찾죠 난 고기가 아니니까 땅이 집이죠 사토와 시오와 스파이스를 먹고 그리고 모든 멋진 것을 입고 진흙탕에 돌아.. 더보기
불하늘 다람쥐 2화 "어휴, 큰일날 뻔했네." 뒤에서 우꺄가 방벽을 소환해서 살았다. 한편 뒤에선 아짱나가 폭발로 생긴 불을 끄러 오고 있었다. "아까 누군가 불을 내뿜은 거 같은데 봤어?" 도깨비불 같던 누군가는 이미 도망갔는지 없었다. "나도 제대로는 못봤어. 근데... 나랑 닮은 거 같아." --- 그 후로 산불은 일어나지 않았다. ....면 좋겠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룰루 마을의 더 외곽진 곳에 산불이 났다. "저번에 불을 일으키는 걸 본 게 너밖에 없으니까, 우린 불을 끌 테니 넌 그 녀석을 찾아!" 콜록거려 가면서 날아다니는 불이라도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다가, 저번보다 더 빠르게 불이 날아가는 걸 발견했다. "얘들아! 찾았다!" 한시라도 놓칠 세라 뜨거운 불길 속을 헤치고 달렸다. "꼼짝 마!" 재빠.. 더보기
돌아오는 5월, 백합이 질 때까지만. 5월. 지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벚꽃은 지고 백합은 필 때. 5월마다 지는 백합꽃이, 여기에 있다면 아시겠습니까. 사랑의 꽃봉오리들이 하나둘씩 미성숙하게 빼꼼하고 열릴 나이. 그 중에 그나마 노련한 백합이 교실에 흐드러졌다. 이성에 눈을 뜬다는 것을 깊게 배우기 전에 먼저 피어난 꽃. 그래서 순결한 이미지의 백합이라고 하는 것일까. 매화 잎 떨어지는 게 벚꽃잎 떨어지는 줄 알 때쯤 널 처음 만나 친해져 갔다. 같이 눈부신 햇살 아래서 놀며, 나도 모르는 새 쑥쑥 광합성을 하고 자라 봉오리가 생겼다. 어느 날 살짝 열린 꽃잎의 틈새로, 문득 달라 보이는 너를 드디어 처음 보았다. 그 땐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네 형광색 옷이 휘날리는 게 눈에 띄었다. 한련화 꽃잎을 두르고 마냥 웃는 너는, 눈부신 햇살을 반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