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엔 다들 한 컴퓨터에
학교강의 띄우고 일할거리 띄우고 원격회의 띄우고
카카오톡 띄우고 트위터를 띄우고 인스타를 띄우고
배달앱을 띄우고 유튜브를 띄우고 게임하나 띄우고
꽃놀이 대신 화면에 창들로 꽃잎들을 띄우겠지
새벽감성 아니 사실 세상이 시끄러울 때도
언제든지 내 머릿속은 멀티태스킹 중이지
학교에서 배우던 걸 띄우고 사고실험들을 띄우고
세상의 섭리라는 계산결과가 뜨고
그걸 정리할 명언을 띄우고
추억들을 띄우고 매번 새로운 색으로 띄우고
지나간 건 입안에만 담아두고
공상들을 띄우고 상상들을 띄우고 망상들을 띄우고
마감할 걸 띄우고 세계관을 띄우고 연성거리 띄우고
상상 속 세계와 친구들을 현실 위에 띄우고 뛰놀고
감정들을 띄우고 컨디션을 띄우고 분위기를 띄우고
그 팝업창들 속에서도 선명하고 잔인한
삽화들이 뜨고 참상들이 뜨고 환각들이 뜨면
아무리 구석에 덮여 있어도 눈길이 갈 수밖에
꿈속에까지 떠서 나를 통해 나가려고
생각들은 병목같이 내 목까지 몰리지만
모든 것을 정리해 하나씩 풀어내려고
글 한자를 띄우고 줄 한칸을 띄우면
번쩍이는 잔상들이 너무 겹쳐서
하얀 공백밖에 보이지 않아서
창 하나 제대로 보고 닫는 일도 잘 없이
언제고 창들 속을 산만하게 떠돈다
사방팔방 열린 창에 온갖 바람 드는 채로
사방팔방 들려오는 말소리가
내 머리에서 나가지 못해서
무슨 소릴 들은지도 모른채로
가스불을 켜놓고 접시들을 씻으면
기억 한두개도 같이 씻겨나간 줄 모른채
후라이팬이 한참 타고서야 허둥대고
언제고 나는 모든 방향을 향하고
전자처럼 그 자리에 서서 돌 테고
어디에도 보이고 어디도 안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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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4.11
창작 문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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