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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시

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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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목에 커다란 지네가 있다
그것은 산토끼처럼 온 동네를 돌던 내게 남몰래 기어와
도약하는 발을 붙잡고 날 걸어 넘어트린다
들고 있던 모든 것이 엎어져서
바닥엔 파편이 나뒹굴고
무엇이 날 넘어트렸는지를 알기도 전에
그것은 나의 근육에 점점 깊이 파고들어
끊임없이 살아나는 독을 주입한다
바로 죽을 독도 아니고
내가 찬천히 망가져가다 죽을 때까지
왕도마뱀처럼 미행하고 물고 되풀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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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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