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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시

Forget me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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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 천국이 나를 맞아도
나는 꽃처럼 움직이지 않을 거야
어떤 세상이라도
풀처럼 약한 나라면
비구름은 날 떠나지 않을 테니까

내가 떠오른 자리
그 발 밑 땅 밑에 난 자고 있어
검정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눈을 감으면 내 안의 폭우가 보여

그동안 땅 위로 난 피고 있었어
바람이 내 머릴 흔들어 깨워
폭우를 피해서 눈을 뜨면

내가 없던 세상에
아침 햇살은 거짓말처럼 선명하고
비구름 따위 어디에도 없는 듯이
아무 일도 없던 듯이
내가 없던 이 세상이
그늘을 숨기고 천국이란 듯이
모두들 처음처럼 웃고 있었어

다행이다. 모두들 잘 지내서
나 없어도 빈자리는 없어서
파란 꽃잎에 투명한 물빛 이슬은
안식해도 된단 안도겠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없어진 세상에
짧아진 내 생을 돌아봐
어릴 적 너와 뭐했는진 기억나지 않아도
분명 아름다웠다고 생각하고 있을게

만약 네가 날 기억하고 있다면
괴로워도 나처럼 웃는 척한다면
부디 나와의 모든 기록은 잊어줘
너의 진실한 미소를 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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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4.5

게임 <두근두근 문예부>의 사요리 시점에서 쓴 시입니다
아 스포주의라 말해둘걸
참고로 진짜 제목은 Forget me not
인데 제목에선 취소선을 쓸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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