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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

<아무도 모르는 세카이>(프로젝트 세카이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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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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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하얗네.
"..."
태어났다기보단 스폰 된 것 같다. 처음부터 내가 미쿠고 여기가 세카이라는 등 지식이 있다.
그리고 백지의 세상을 가득 채우며 느껴지는 "진정한 마음".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는 진정한 마음.
그러나 그것뿐이다.

"어떻게 하면 진정한 너를 찾을 수 있어?"
벽이 없어 메아리조차 치지 않았다.
'진정한 마음'의 주인인 마후유는 내 목소리를 못 듣는 것 같다.
untitled를 보내 마후유를 불렀다.

몇 번은 부른 거 같은데.
시간이 꽤 지난 거 같은데 마후유는 오지 않는다.
아니 이 세카이에서 시간이 의미가 있나.
언젠간 오겠지, 하며 아무도 안 보니까 뒹굴거린지도 꽤 됬는데.

.....
.......
.............
.....심심해.

놀고 싶은데 마음의 조각은 자주 뜨지 않는다. 혹시 가다 보면 뭐가 있을까?
이 새하얀 세상의 끝이 어딘지 걸어보기로 했다.
다리가 저린 거 보니 오래 걸었다. 한 스무 번은 쉬고 또 걸었는데 여전히 보이는 건 그대로이다.

내가 앞으로 걷고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난반사 때문인가.
그런 건가 싶어 머리끈을 풀어다 바닥에 두고 걸어 봤다.
어떤 방법으로 걸어도 어느새 그 머리끈을 다시 보게 된다.

내가 앞으로 못 가는 건지,
세카이가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건지,
어느 쪽이 사실이든 어디나 같은 풍경이다.

그 동안 떠올린 혼자 할 놀이를 생각해봤다.
일단 막 뛰어본다. 부딪힐 게 없으니까 마음껏 달릴 수 있어서 신났다.
"헉...헉..."
심심할 때마다 쉬었다 뛰었다. 허나 재밌는 것도 한 두번, 주변 풍경도 변치 않으니 뛴다는 느낌도 없고 힘들기만 하다.

혼자 할 수 있는 놀이가 뭐가 있지.
생각이 안 나서 처음부터 알고 있던 노래를 부른다.
왜 아는진 모르겠지만 부르다 보면 뭐라도 생각나겠지.
"라-라라..."

라라라 하고 같은 노래만 부르니 지겹다.
"...야-호-"
메아리가 없다.
"야호! 야호- 야호... (야호)..."
자체 메아리 효과.

...뻘쭘하네.
아니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뭔 말을 하던 뻘쭘할 게 있겠어. 아무 말이나 다 해 보기로 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악!"
맘껏 소리를 질러 보았다.

"나는 세상 제일의 공주님! 오옷호호호 무릎을 꿇어라!"
무릎을 꿇을 사람은 없지만.

"아랏찻차라 리비다리리-"
돌릴 대파가 없어서 허전하다.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강아지 한 마리라도 있었으면.

"XX!!!!!! XXX!!!!!! XXXX!!!!"
역시 시원하게 지르는 데는 욕이 최고야.

"아무 말이나 일단 틀어- 아무렇게나 춤춰-"

"엄마- 나 이번에- 퇴비 쌓기 대회 1등 했어요-"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지금 나의 부름에 응답하라! 익스플로전!"

"궁시렁 궁시렁..."

...

멘트가 고갈됬다. 말놀이 같은 거 뭐 있나.

"사전 쿵쿵따 전갈 쿵쿵따 갈륨 어..."

"369 369 1 2 짝 4...
짝짝짝짝짝75...짝짝짝짝짝7짝..."

"아엠 그라운드 보카로 이름 대기! 나는 미쿠! 미쿠 넷! 미쿠미쿠미쿠미쿠! 미쿠 하나! ...미쿠!"

"공공칠빵! ... 공공칠빵! ... 공공칠..."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주세요. 마피아 승리!"

"용산 남영 서울역 시청 종각 종로3가 종로5가 동대문..."

"이러쿵 저러쿵"

큰일이다. 아이디어가 고갈됬다. 뭐 하지, 뭐 하지...
이래저개 둘러봐도 백지 뿐이었다.

그럼 거기에 그림이라도 그리자. 공간은 얼마든 있으니.
손가락으로 하얀 그림을 그린다. 하얀 바닥에 하얀 펜으로 그려봤자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물을 본 적이 없기에 그림을 외우긴 커녕 뭘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두자. 그냥 드러눕자. 시간 때우는 덴 잠이 최고지.


마후유가 이곳에 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마후유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내 앞에 있는데도.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긴 마후유의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니까.
다른 걸 본 적이 없으니 꿈조차도 세카이를 벗어날 수 없다.


깨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제-아니 날이 지났는지 어떻게 알겠냐만-했던 놀이들은 이미 지겨울 만큼 반복했다.

쓸쓸해. 외로워.
더는 쓸쓸함을 몰아낼 수 있는 노래도 남지 않았다.

"라- 라라라..."
처음부터 알던 노래를 다시 부를수록, 오히려 그리움만 쌓인다.
누군가를 만난 적도 없는데.
마후유를 만난 적도 없는데.

"라...라..."
목소리가 떨린다. 옷소매로 눈을 가렸다.
아니 보는 사람도 없는데 굳이 눈물을 닦을 필요가 있을까.

"라아....ㄹ....."
"라흑....흑...훌쩍......"

"흐아앙...허으어엉..."
"어으으으어윽 어어어엉-"
"허아아아-....아아아아아악!!"

뭐라 할 사람도 없으니 소리 죽일 것도 없이 마음껏 울었다.
"허으윽...흑... 흐극...으아아아아!!! 하아아아아아악!!!"
"흐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악!!!!"

세카이 전체에 큰 소리가 한참 동안 울려퍼진다. 그 소리 뿐이었다.

울어도 외쳐도 달래줄 사람도 없었다. 괜히 울었다.
하지만 울음소리마저 그치면 다시 고요 속에 던져지지 않을까.
할 수 있는 게 울고 부는 것밖에 없었다. 그뿐이었다.

"꺼윽....꺽...끅....콜록! 콜록...."

"으으흐.... 훌쩍......."

".........."

소리도 없이 앉아 울기만 했다.
목이 쉬어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하얀 시야만 펼쳐진다. 사물이 없으니 눈앞이 흐릿한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은 내가 지친 틈을 타서 머릿속을 스멀스멀 침투하려 든다. 
그 전에 뇌를 꺼 둬야겠다.



꿈속에서 마후유는 오지 않는다. 와도 아무것도 안 할 것이다.
그렇다면 꿈속에서라도 이 세카이를 탈출해야겠다.

손가락으로 어디로든 문을 그렸다. 본 적이 없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하얀 세상 뿐이다.
날아올라도, 바닥을 뚫고 내려가도 하얀 세상 뿐이다.

여기는 마후유의 태내라도 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나올 수 있을까.

바깥은 대체 어떤 세상이냐고.

아니 바깥 세상이,
마후유가 실제로 있긴 할까.

내 지식도 나도,
세카이 안에만 있는 건가.

그럼 세카이 밖으로 나가면 사라지는 걸까...



"....!"

그 생각에 잠에서 깼다.

솔직히 자나 깨나 풍경은 같다.
잔지 깬지도 모르겠다.

사라지기 싫다.
마후유가 날 관찰해야 한다.
untitled를 눌렀다.

마후유,

마후유...

마후유?

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마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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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후유......"

"....."

이번에도 역시나 대답은 없다.


꿈에서 한 생각은 이어진다.


이곳이야말로 무(無)가 아닐까.

무는 무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

나도 무인 걸까.

이 무한한 공간이 날 집어삼킨다.

어제도 스민 외로움은 두려움이었다.


길 없는 바닥


집 없는 미아


끝 없는 세카이


무한의 공간이



집어삼켜서



사라지는 나








생각해 보려 한다.

더는, 생각이, 안, 난다.

멍...하다...

난....

아무.....

생각이......

없다.......


그...

사이...
뭔가가..... 느껴진다.....

가렵다.
뺨이 가렵다. 손등이 가렵다. 온 몸이 가렵다.
어제 울어서 부은 탓일까.

가려워서 긁었다.

시원하다.

계속 긁었다.

이거,

느낌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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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인데 메일이 왔다.
또 untitled다.

며칠 전부터 untitled라는 첨부파일이 계속 날아오고 있다.
처음 한 두번이야 바이러스 같은 게 아닐까? 하고 지웠다.
계속 들어오니까 차단했더니 또다른 누군가가 untitled를 보낸다.
탈퇴하면 또 다른 사이트에서 untitled이 날아온다.

이젠 untitled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내가 하는 사이트란 사이트에는 죄다 untitled이 있다.
요샌 점점 미친 듯이 날아오고 있다. 1초마다 몇 통은 날아온다고 알림이 떠대서 시끄럽다.
사이트에 신고를 해도, 경찰에 스토킹이 의심된다고 해도, 다들 원인도 범인도 못 찾아냈다.

신종 사기를 당할 걸 감수하고, untitled를 보낸 사람에게 답장으로 항의를 해도,
반응은 달라지지 않는다. 범인이 첨부파일을 매크로로 보내나.
니고 애들한테 말한들, 내 말을 믿느냐는 둘째치고 쟤네도 뭘 해줄 수 있겠어.
이것 때문에 도저히 인터넷을 못 하겠다니까. 점심 나가서 먹을 거 같아.

결국 내가 저 첨부 파일을 열어봐야 그만둘 작정인가.
그래, 항복해 줄게. 무서운 놈, 지독한 놈...
만일을 대비해 컴퓨터 파일이랑 개인정보는 백업해 두고 공기계로 untitled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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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서 강렬한 빛이 나오더니 온통 하얀 공간만 펼쳐졌다.
뭡니까, 오버 테크놀러지로 구현한 AR도 아니고.

꿈이라도 꾸고 있나 싶어서 볼을 꼬집어도 보고, 오른손 손가락을 오른손 손등에 붙여봐도 꿈은 아니었다.
닌텐도 증후군처럼, 내가 모니터에서 나온 강렬한 빛에 기절한 사이 범인이 내게 VR기기 같은 걸 씌우거나 하얀 방으로 끌고 오기라도 했나.
뭣 하나 현실적이진 않지만 이 현상을 뭐라고 설명하냐. 내가 진짜 점심을 나가서 먹고 만 건가.

정신차려도 현실로 돌아오진 않았기에, 여기가 어딘지 걸어 보았다. 혹시 탈출구라도 없나.
계속 걷다 보니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함정이 아닐까 싶지만 그 외엔 아무 것도 없으니 일단 다가갔다.

여자애 목소리 같다. 쟤도 범인한테 당한 걸까? 아님 저게 함정일까?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레 한 발씩 딛었다.

소리에 점점 접근한다. 아직까진 이상한 조짐은 없는 것 같은데..
"ㅇ....ㅇ....어어...어어....어억- 억! 억...."

뭐지? 실어증 걸린 여자 아인가?
아님 위험한 무언가라도...?

도망갈까 말까 하고 발밑을 보았다.
바닥이 노폐물과 오래된 핏자국 같은 걸로 낙서되어 있었다.

"히익...!"
반사적으로 발을 떼었다. 뒤로 발을 딛으니 뭔가 살짝 뾰족한 게 느껴졌다.
쥐가 뜯어먹은 듯한, 사람의 작은 손발톱이 놓여 있다.

"으...더러워..."
깨끗한 곳까지 도로 물러나서 양말을 벗고 있다.
주변에 머리카락이 불규칙하게 놓여 있다. 일부러 뜯은 듯 뭉쳐서 떨어진 곳도 있고...

"어어...어어! 어어억- 어어-"
실어증 같은 이상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아까 내 말소리를 들은 것 같다.
빨리 양말을 벗어던지고 도망가야...

"어억, 어어...억."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아니 유아퇴행에 걸린 듯 기어왔다.
헝클어진 흰 머리, 여기저기 긁었는지 흉터가 난 피부, 피날 때까지 긁었는지 적갈색으로 물든 손, 너덜너덜한 옷...
정글 같은 데 홀로 큰 사람 같았다.

"어억! 어어억! 어,어!"
한 눈은 파랗고 한 눈은 보라색인 여자아이가 날 보더니 빛나지 않는 눈을 크게 뜬다....

"어억!!! 억,어어억!!!! 어어어억!!"
"으아아아악!! 달라붙지 마!! 진정해!!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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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어떻게 무사히 해결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아무 것도 없는 흰 방에 계속 있으면 미쳐버린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까 싶어 썼는데 쓰는 저도 코스믹 호러가 느껴지네요...

+세카이에 처음부터 있다는 마리오네트는 왜 안 나왔냐고요?
미쿠가 제자리에서 계속 돌다가 발견을 못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