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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소설,스토리,동화 등

머리가 두부처럼 하얘지는 콩밥-9화(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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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인가 이곳으로 들어오는 노숙자가 많아졌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물으니 여기는 지붕 있는 데서 잘 수 있다고, 그래도 여기는 밥이 그나마 낫다는 소문이 있어 되도록 이곳으로 오게 되길 바랬다고 들었다.
밥이 그나마 나아서 여기 오길 바랬다는 말이 없었으면 넘겼을지도 모르지만, 신경쓰였다.
노숙자에게도 밥을 먹인다는 건 같지만 감옥 밖에서 밥을 나눠주면 굳이 여기로 올 이유가 한 가지는 줄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민영교도소를 나와 급식소를 차렸다.
처음엔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해프닝도 있었지만 잘 자리잡아가던 무렵, 코로나가 터졌다.
아는 사람이 하던 카페가 문을 닫아서 빵을 받은 것까진 좋았는데 나도 급식소를 못하게 되었다. 집에 빵만 수두룩히 쌓여서 고민하던 차에, 대학교에서 드론을 날리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덕에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문 닫은 무료급식소 문 앞에 게시판을 놓아 음식을 받아갈 시간과 장소를 적도록 했다.
매일 아침 그걸 보고 드론으로 배달한다.
물론 배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았지.
그래도 백두부랑 누나가 주목하더니, 자신의 음식도 배달을 맡겼다.
이제 내가 요리하는 건 무료로, 백두부네가 요리하는 건 유료로 배달하고 있다.
드론을 띄울 수 없는 날은 직접 오토바이로 배달한다.
이제는 이 시스템이 널리 알려져 장사도 무료급식도 잘 되고 있다.

오늘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가게 되었다.
웬지 아까부터 흰 트럭이 나만 따라오는 것 같지만 신경쓰지 말자. 아니다, 역시나 신경쓰여서 우회전을 3번 했는데도 따라온다. 확실히 미행당하고 있다. 나같은 배달부를 왜? 고객을 노리는 건가?

경찰서로 가는데 곧 인적이 드문 길이 나왔다.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높이기에 방향을 틀었다. 트럭은 이제 대놓고 나를 요리조리 쫓아다닌다.
이세계로 전생시킬 심산이라면 나야 나쁘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배달 완료했을 때 날 보내달라구.
트럭을 따돌릴 만한 골목을 찾았지만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골목으로 샥 빠진다. 문제는 내가 처음으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임대 현수막이 붙은 빈 가게가 다가온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임대"글자만 점점 커진다.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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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게 마지막화 맞습니다.
사실은 후속작을 구상을 하긴 했는데 본편 못지 않게 별로라..
몇달만이고 원래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내용을 한 화만에 급히 줄여서라도 투고한 이유는 그저 한 작품이라도 완결 좀 시켜보고 싶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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