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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보다 늙은 내가
너를 차마 두고 가는 날
너에게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너에게 우산을 주겠다
내가 가고 네게 매일 비가 온다면
잠시라도 비가 그치길 바라며
비 오는 날에만 날 펼치는 게 싫으면
너에게 손수건을 주겠다
우산 아래에 내리는 비도
뺨을 어루만지며 닦아 주겠다.
슬픔을 다 씻고 개인 날 빨래줄에서
햇볕 향해 손짓하며
달 빛 품듯 온기 머금어 널 싸매겠다.
손수건을 볼 때마다 울 것 같다면
드디어 더 이상 울 일도 없다면
이제 날 보내줘도 좋겠다면
나 한 장 바람에 날려보내 다오
넓푸른 하늘 어딘가로 숨어들며
언제고 너에게 손을 흔들리라
안녕히, 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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