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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소설,스토리,동화 등

머리가 두부처럼 하얘지는 콩밥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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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여전히 죄수들의 급식을 맡고 있다.
아니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하기엔 스프링처럼 위로 올라가면서 계속 원점을 맴돈다고 할까.
실력도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언젠가 교도소 밖에서 밥을 지을 수 있을 때까지 여기서 수련한다고 생각해야지.

-<머리가 두부처럼 하얘지는 콩밥> 8화-

 

오늘은 신참이 들어왔다. 새로운 죄수 말이다. 그건 딱히 특이하진 않지만,

신참이 밥을 받았는데 먹다가 막 우는 것이었다.

막 입소할 때도 아니고 밥 먹을 때 울다니.

 

훗,내 요리 솜씨에 그렇게 감동했나!

"신입생 왜 저래?"

"아무리 그래도 울 정도로 맛있는 것도 아닌데..."

...아까 한 생각에 현타가 온다.

 

조심스레 왜 우는지 물어보았다.

"집도 없고 잘 곳도 없어서 지금까지 노숙을 했지.

내가 굶어도 우리 어린 아들은 굶기지 않겠다고 가게를 털었다가 여기 왔지 뭐."

"아들은 어떻게 됬어요?"

"다행히 보호시설에 보내졌어. 아들이랑 같이 못 있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여긴 지붕 있는 데서 잘 수도 있고 콩밥이지만 밥도 나오잖아 하고 왔는데...

여기 밥이 생각보다 너무 나은 거 있지..."

신참은 참던 울음을 다시 흘리더니 꺽꺽 말을 이었다.

"깜빵 온 내가 아들보다 잘 먹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우리 아들은 나만큼이라도 잘 먹고 있을런지..."

대답하려다가 나도 같이 울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교도소 요리사를 그만두었다.

내가 교도소에만 있으면 그 신참처럼 교도소로 오는 노숙자만 늘어날지 모르니.

 

노숙자들이 교도소에 가지 않도록, 나는 무료급식소를 세웠다.

팔기에는 뭣한 요리였는데, 돈 받고 하는 게 아니니까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대충 만들진 않지. 그래도 요리사 지망생인데 더 잘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고 반응을 봐야 하니까.)

팔 때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요리를 만들 수 있으니까, 식당 요리사가 되는 것보다 이게 더 보람있다.

 

물론 노숙자가 꼬인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괜히 노숙자 꼬이면 범죄 일어난다고 걱정하기도 하고.

하지만 말야, 최소한 배고파서 생계형 범죄 일으킬 일은 줄어든다니까?

처음엔 다들 그렇게 반대하곤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인지 날 후원해주는 사람도 생겼다.

내 요리 솜씨도 점점 늘어가고, 그만큼 여기를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얼마 전에는 방송에서 나를 홍보해주기도 했다.

이제 많은 사람에게 내 요리를 나눠줄 수 있을 거야.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다면 좋을 텐데.

 

'코로나 19로 인하여 무료급식소 내에서 식사를 하실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