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을이 자꾸 잠기고 있단 말을 듣고,
빙하가 녹고 있는지 확인하러 간 그린세이버.
"영차, 끄응..."
하얀 곰이 헤엄을 치며 얼음을 밀고 있었다.
"야, 북극곰."
"거기서 뭐해-"
하얀 곰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나? 나 북극곰 아니야. 커모드곰이라고 해.
빙하를 최대한 차가운 곳으로 옮기고 있어."
커모드곰은 그 말을 하면서도 열심히 얼음 덩어리를 밀었다. 얼음이 한...
50cm 밀렸으려나?
"잘 밀리지도 않는 거 같은데, 왜 옮기려는 거야?"
"난 모두가 옛날의 빙하기 때를 기억하도록 얼음의 신이 보낸 정령이야."
"빙하기라..."
나롱이는 왠지 낯익다고 느꼈다.
"뭐, 네가 정령이라고? 하핫! 그냥 뚱뚱한 곰 같은데?"
"그래, 다들 그렇게 웃기만 하지. 하지만 빙하를 지키는 게 내 사명이야."
"아메리카흑곰 중에 하얀 곰을 커모드곰이라 부른대. 이 곰이 사는 지역 사람들은 아까 말한 대로 신이 곰을 저렇게 하얗게 바꿨다고 믿어서 정령곰이라 부른대. 원래 까만 곰인데 저렇게 하얗다니 정말 정령 같은데?"
"그나저나 큰일이다. 전엔 빙하가 없어지니 얼음도깨비인 범고래도 죽었고."
'정령에 이어 도깨비라니, 하긴 외계인도 있고 나도 마법사도 되 봤는데 뭔들 없겠어?'
"빙하가 다 녹으면 우리 정령 같은 존재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위험할 거야. 지금 원래는 따듯하던 곳도 막 춥고 날씨가 이상하다고 들었는데..."
"쿠구구궁... 콰르륵! 촥!"
커모드곰이 밀고 있던 빙하 조각이 이곳저곳 무너져 내려 바다를 쳤다.
"으어어어 어어-"
그린세이버가 탄 배가 흔들릴 정도로 파도가 출렁이는데도 커모드곰은 얼음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위험해! 빨리 나와!"
"나도 알아. 하지만 이마저 녹으면..."
기다려주지도 않고 속절없이 떨어지는 빙하. 게다가 커모드곰 머리 위에 있는 얼음까지 갈라지고 있었다.
"이대론 깔리겠어! 변신!"
"나타나라, 바론!"
"우디뱅글, 묶어버려!"
나롱이는 떨어지는 얼음을 맞히고 아짱나는 커모드곰을 배로 끌어당겼다. 얼음덩이는 바로 무너져 내렸다.
"찰박 찰팍, 쿵!"
"휴, 한시름 놓았네."
그 한시름도 잠시.
"쾅!"
커다란 얼음이 하나 더 떨어졌다.
"파도가 덮친다!"
"우디컴 보호막!"
"콰악-"
보호막을 기어오르다 떨어지는 바닷물 사이로 짜증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아까워랑~ 방해꾼 넷이 사라지는 거 구경하려고 팝콘 준비하고 있었는데, 진짜 정령인지 운 하나는 좋은데?"
"너네가 그럼 그렇지. 자기소개나 해라."
"아침먹고 나쁜 짓, 점심먹고 나쁜 짓, 저녁먹고 나쁜 짓, 오-예!"
"우리가 지구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우주 최고의 갑부!"
......
"...팝콘 그만 먹고! 정작 말해야 될 땐 말을 안하냐!"
"우븝...ㅎ느구 ㄸ, 와그작, 부드 즘부 두 드룹ㅎ수!"
"하......"
"어...없으리이~!"
"ㅡㅡ...;;"
"너 때문에 빙하가 다 깨져 버렸으니까 책임져!"
"글쎄, 과연 우리들 때문만일까?"
그 순간, 하늘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쓔우우욱-"
"이녀석들, 무슨 공격을!"
"이게 무슨 소리야? 어어, 흔들린다! 아슈탄 고도 올려!"
"??"
거센 바람에 파도가 치더니 비행기가 바다로 떨어졌다.
"곰에 이어서 비행기라니!"
"내가 구하러 가 볼게. 우디컴 보호막!"
우꺄는 물에서도 숨쉬는 보호막을 쓰고 물 속에 들어갔다.
"우꺄 혼자 어쩌지? 우리가 물에 들어갈 수도 없고..."
"내가 갈게!"
커모드곰이 물에 뛰어들었다.
"영차, 히얍! 어떡해, 문이 안 열려!"
우꺄가 비행기 문을 열기 위해 보호막으로 이리저리 치고 있었다.
"내가 왔어, 같이 당기자!"
"안되겠다,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야.."
그 순간 찰박 하고 물에서 둥근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우꺄다!"
"커모드곰! 해냈구나!"
보호막 속에 우꺄와 커모드곰이 하얀 새를 부축하고 있었다.
"비행기에 탄 승객은 이 새 뿐이었어. 어서 새를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커모드곰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쓰러졌다.
--
"아유~ 오랜만이네~"
"누나! 이 하얀 동물들은 누구야?"
전에 구해준 펭귄의 집.
종일 헤엄치느라 지친 커모드곰이 잠에서 깼다.
그린세이버는 아까 구한 하얀 새를 치료하고 있었다.
"이 새는 북극제비갈매기래, 세상에서 가장 멀리 날아다니는 새야."
"여기가...어디요...?"
"일어나셨습니까 용사여, 우리 집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우리 사는 빙하 지킨다고 고생 많이 했을 텐데 연어 함 잡솨봐."
"와, 요새 배가 연어를 다 잡아가서 못 먹었는데! 잘 먹겠습니다!"
다같이 연어를 먹을 때, 북극제비갈매기가 말을 꺼냈다.
"비행기를 타면 온종일 힘들게 날아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더라구. 그래서 매일 비행기만 타고 다녔지.
요새 들어 바람이 계속 오락가락하더니만, 갑자기 바람에 비행기가 흔들려서는..."
"비행기는 빙하를 녹이는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어. 빙하가 녹아 지구의 기온이 엉망이 되서 날씨랑 바람도 뒤죽박죽이 되지. 그 바람에 비행기도 떨어지다니 참 아이러니하네."
"온실가스를 덜 내는 비행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네. 그런 비행기가 만들어질 때까진 앞으로 직접 날아다녀야겠네."
--
"난 다시 빙하를 지키러 가야지. 그린세이버, 앞으로도 지구를 지켜줘."
"지구를 지키는 친구가 더 있다니 우리도 기쁘다. 잘 가~"
"내가 빙하를 녹이는 사이에도 내가 사는 곳을 지키고 있었다니 참 대단하다, 커모드곰. 그럼 이제부터 날아서 가볼게. 안녕~"
북극제비갈매기는 날개를 파닥였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날개를 파닥였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날개를 파닥였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날개를 파닥였다.
"....어라?"
"뭐해, 안 가?"
"오랫동안 비행기만 탔더니 나는 법을 까먹었나 봐. 이대로 영영 못 날게 되면 어쩌지...?"
나롱이는 북극제비갈매기가 어릴 적 자신처럼 고생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얼마나 날고 싶었던가.
"포기하지 마. 나랑 같이 나는 연습하자."
둘은 벼랑에 가서 몇 번이고 뛰어올랐다.
"날아간다-"
"아다다다다 으어ㅓ어ㅓ? 잠깐만! 나롱아! 살려줘어어ㅓㅓ"
"나롱이, 이제야 날다람쥐 같네."
"나롱이가 우리 중에 새 복장 얻고 가장 신났어."
"360도 공중제비-!"
"으어ㅏ아아아아!!"
--
한편, 어느 바위섬. 파도에 떠밀려 불시착한 돈조 일당은 우주선을 고치고 있었다.
"이거 원,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지구가 더러워지고 있단 건 좋은데, 우리가 지구를 팔기도 전에 큰일나진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우리가 큰일나기 전에 지구를 서둘러서 지구를 더럽혀야겠넹~"
"맞는 말이야! 그린세이버부터 빨리 없애야 할 텐데!"
"어쩌면 여동생이나 오빠나 똑같을지도 몰라요..."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카카."
'창작 문학 > 소설,스토리,동화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이코의 카페 (0) | 2020.11.13 |
---|---|
식맹(食盲) (0) | 2020.11.09 |
그린세이버+ 1화-디자이너 땅늑대 (0) | 2020.10.03 |
벚꽃비 (0) | 2020.09.23 |
작별 카운트다운 (0) | 2020.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