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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시

(동시)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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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밑에서 산 병아리
언제쯤 클까 하고
하룻밤 더 자도 안 크더니
어느새 닭이 되어 있었다.

텃밭에 심어 둔 강낭콩
언제쯤 콩 날까 하고
이틀밤 더 자도 안 나더니
어느새 수많은 콩이 열렸다.

사흘밤 자도 나흘밤 자도
내 키는 안 크는 거 같은데
나도 모르고 있다 돌아보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겠지.

콩깍지 다 따고 난 강낭콩
어느새 잎에 갈색이 나서
상한 잎 떼가며 살려냈는데
어느새 흙 속에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어른이 되는 만큼
나도,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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