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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시

<과거에 사로잡힌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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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10.16 15:38)

 

이 종이 꼭 가지고 다닐 것!

 

내 이름 아무개

생년월일 아무년 몇월 며칠.

주소 무슨시 무슨구 무슨 동 무슨아파트 몇동 몇호.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 물건 사지 말기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않기

길 잃으면 000-0000-0000으로 전화하기

 

집 나갈 때 확인할 것

가스렌지 불 껐나

형광등 불 껐나

장판이나 선풍기 껐나

 

오늘 날짜는 몇년 몇월 며칠 무슨 요일

 

아침 오전 7시에 먹음

점심 11시 반에 먹음

 

오늘 할 일

집에서 마트가 나올 때까지 직진해서 오른쪽에 있는 약국 가서 약국에서 뭐시기약 달라고 하기

오후 세 시에 약국 왼 쪽에 있는 동사무소에서 연금 신청

오후 여섯 시 집 앞 노인정에서 친구인 파란 잠바 아무개랑 화투

 

과거의 내가 또 지령을 내렸다

기억나지도 않는 과거의 내가

아마 지난날의 괴로움을 잊는 것을 댓가로

과거의 노예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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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자꾸 깜박깜박해서 아예 치매나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살게 될까? 하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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