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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문학

<어서 오시오. 검은 행진에> 밤하늘보다 검은 밤이었다. 나는 홀로 숨막힘과 다투고 있었다. 주변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더라도 나는 혼자 다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숨지더라도 이 싸움이 끝났으면, 바라면서도 몸은 계속 저항했다. 그 때 초롱빛이 둘을 가다듬었다. 고통이 잦아지자 나는 일어났다. 앞에는 청사초롱과 흑사초롱이 가득했고, 검은 옷의 악대와, 검은 상여꾼 일곱이 나를 환히 반기며 서 있었다. 그는 성 베드로와 같은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세 번 불렀다. 그 의미를 앎에도, 나는 부름을 무시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당당히 마주보고 답하였다. "우리는 모두 한때 당신과 같은 사람이었소. 슬프기도 하리오. 아무리 아쉬울 것 없이 살았다 한들 여한은 있을 것이오. 당신이 괜찮더라도 당신의 주변은 슬퍼할 것이오. 허나.. 더보기
<라스트맨>구상 본격 선사시대 아포칼립스. 빙하기 끝자락, 험난한 야생 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인류는 하나뿐이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렌스 등 다양한 고대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생존하고 경쟁하는 게임. 더보기
지구 최초의 고백을 너는 내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 이 좋은 세상에 나만 홀로 태어나 너무나 허전한 나머지 가슴 밑까지 허전한 날이 있었다 그 날에 너는 나를 만났다 나는 홀로 선 최초의 인간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간이니까 혼자일 것이다 너는 내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 왼발과 오른발이 아무리 벌어져도 한쪽이 가면 따라 가듯이 네가 죄의 수렁을 밟아도 나는 따르리라 낙원에서 쫓긴다면 나도 나가리라 우리보다 외로운 들로 나가 땅 끝까지 우리들의 발길 닿도록 우리가 역사를 첫걸음 걸으면 모든 인류가 땅에서 쫓길때까지 우리의 후손은 계속 걸어가리라 너는 내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 더보기
tranquilizer 너는 내가 손쓸 수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지금의 나여도, 사라지게 해 주는 게 손을 쓰는 셈이겠지. 최근 우리 병원에 특별한 단골이 생겼다. 사람은 종종 달라지지만 경찰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경찰병원은 아니거니와, 당연한 일이다. 그리 두려울 일도 없다. 수틀리면 얼른 약을 집어삼키면 된다. 이 병원의 본분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만, 저 때문에 고생들 하시는데 차라도 드시겠습니까. 독은 없지만 제가 맛을 몰라서 괜찮을 맛인진 모르겠군요. OWN은 쓰러졌다. 그리고 2페이즈가 시작되었다. 2페이즈의 보스는 흰 가운을 입은 20대의 보라색 곱슬머리 여성이다. 주된 출몰지는 병원으로 주변 대상을 치유한다. 단순히 어머니나 주위의 기대 때문은 아니었다. 끌려서 걸어온 길이 아까워서만은 아니다. 네가 나에게.. 더보기
<다음 산타는>구상 (각색해서 성극으로도 활용가능.동화긴 한데 타겟 연령대를 못잡겠음) 산타는 사실 대대로 착하고 이타적인 어른이 전대에게 선택받는 식으로 이어져 왔다. 현대, 어른만 걸리는 얼음병이 퍼지자 산타는(순록이나 엘프를 통해) 한 학생(주인공)을 임시 산타로 임명한다. 주인공은 선물 목록을 확인하다가 행적은 가장 좋은데 원하는 선물을 편지로 보내지 않은 아이(이하 갑. 주인공보다 연상)를 확인했다. 주인공은 안타까워서, 갑이 편지를 보냈는데 도착을 못한 건 아닐까 하고 몰래 썰매를 타고 갑을 찾아간다. 막상 어떻게 편지를 보냈는지 확인할 줄 몰라 절절매던 주인공은 갑에게 정체를 들키게 된다. (또는 우체국에서 갑이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지 묻다가 갑이 누구길래 내가 편지를 보냈는지 궁금하냐고 해서 해명하다가 들킨.. 더보기
약탈경제 양의 털을 앗아 만든 옷을 입고 판잣집을 앗아 만든 집에서 나와 가족의 돈과 기대를 앗아서 탄 학비로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누군가의 집을 앗아 낸 길 위에서 앗는 것 없는 야인의 삶을 동경해보았다 어느 원주민이 앗긴 땅인지 모를 들에서 식물의 삶을 앗고 사는 삶 강의가 끝나고 학교를 나서면 노동력을 앗기며 살지 창업한다면 고객에게 마음을 앗기며 살지 모두의 땀을 앗아 세운 성벽 속에서 파도를 피하며 살고 있다 더보기
말을 머금고 너를 떠올리는 말들이 너무도 튀어나와 정리가 안 되서 입안에 함빡히 머금고 있다가 남 몰래 나 몰래 마른침과 함께 삼켜버렸지 입에서 백 마디 내뱉기보다 한 마디 입맞춤이 낫지만 나는 닿지도 못하고 말주변도 없어서 말 한 자 한 자를 고심하고 있지 목으로 도로 넘어간 말은 머리는 잊어도 속으론 담고 있는지 습관처럼 나와서 밥먹듯 넘기지 흐르는 마음 입안에 머금다 눈밭을 뒹군 찹쌀떡같은 널 보면 난 떡 먹은 벙어리가 되어 두 볼을 동글게 굴릴 뿐이지 더보기
한 마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는 감각은 청각 들은 것은 나를 부르는 한 마디 가장 먼저 잊히는 건 목소리라 이름도 얼굴도 못 외우는 내가 한 마디 잊을세라 발을 구른다 너에 대해 아는 것을 맞춰 모아도 이 양이면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꼴 나는 그 동안 너를 그려오기만 했지 너 있는 곳 맞춘 걸음은 몇 자국이나 되던가 너를 알기 전도 그랬듯 난 홀로 팔랑인다 불빛에 눈이 멀어서, 계절풍에 쓸려서 너만 죽 맴돌면 실례일지 걱정되어서 널 찾으면서도 난 홀로 헤메인다 이 마음도 네 마음도 잘 모르는 채 기억 속 목소리가 변했는지도 모르는 채 설령 뭐 하려고 여기 왔는지도 잊는대도 날 부른 한 마디 붙잡고 팔랑이겠지 더보기